제주도의회 의원 선거구 획정 시한이 55일 밖에 남지 않았다. 하지만 원희룡 도정은 아직도 아무 말이 없다. 제주도는 선거구 상한인구(3만5338명)가 초과한 6선거구(삼도 1·2, 오라동)와 9선거구(삼양·봉개·아라동)의 조정을 내년 지방선거일(6월13일) 6개월 이전인 12월12일까지 끝내야 함에도 획정 방침을 결정하지 못한 채 허송세월이다.

도의원 선거구 획정이 늦어진 데에는 여러 원인이 있지만 원 도정의 정치권 눈치보기가 결정적인 작용을 했다. 원 지사는 더 늦기전에 선거구 획정 방침을 밝혀야 한다. 여야 정치권에 이어 그제 도의회까지 의원 정수 확대를 주장하고 나섰지만 최적의 방안은 아니다. 정치권의 의원 정수 증원은 서로 늘어나는 의석을 차지할 수 있다는 등 이해관계가 작용한 결과로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현재 29개 지역구를 31개로 늘려 2명의 도의원을 더 선출하는 의원 정수 증원안은 이미 올해 초 도의원 선거구획정위원회가 내놓았던 안이다. 이 안은 원 지사와 지역 국회의원, 도의회 의장 간 회동에서 수용되지 않으면서 폐기됐다. 대신에 지역구를 늘리되 7명의 비례대표를 5명으로 줄이려다 국회 동의가 어렵다는 이유로 자진 철회됐다.

정치권은 특별자치도 출범 당시 55만명이던 인구가 65만명으로 증가한 것을 도의원 정수 확대 이유로 들고 있다. 하지만 현재 41명(지역구 29, 비례대표 7, 교육의원 5명)의 도의원 정수는 결코 적은 인원이 아니다. 아무리 기초의회를 두지 않은 대신에 도의원을 늘린 지역이라 하더라도 이 정도 인구 증가라는 단순논리로 지역구 의원을 늘리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

실제로 인구 146만의 광주와 151만명의 대전도 시의원수가 각각 22명에 불과하다. 의원 증원에는 많은 예산이 추가 소요된다. 원 도정은 6, 9선거구를 분리하는 대신에 통합이 가능한 지역구를 합쳐 현행 29개 지역구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선거구 획정을 마무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