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시내 한 예식장 대피소에 물품들이 널브러져 있다. 김지우 기자

 

[제주신문=김지우 기자] 유사시 대피소가 제기능을 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17일 제주시내 한 예식장 민간 대피소. 지하에 위치한 이곳은 확인 결과 예식장 창고로 활용되고 있었다. 결혼식에 사용되는 의자를 비롯해 각종 물품과 박스들이 정리되지 않은 채로 널브러져 있었다. 좀 더 자세하게 살펴보기 위해 조명스위치를 눌러봤으나 불은 들어오지 않았다.

 

공공시설인 제주종합경기장야구장에 마련된 대피소는 접근 자체가 어려웠다. 대피소로 내려가는 계단 앞에는 ‘출입제한’ 팻말이 걸려 있었다. 심지어 대피소 출입문은 도어락으로 굳게 잠긴 상태였다.‘대피소’ 안내판이 무색해 보일 정도로 삼엄한 통제였다.

 

경기장 관리사무소 측도 할 말은 있었다. 그들은 “기계실로 사용되고 있어 일반인들이 접근하도록 열어둘 수가 없다”고 밝혔다. 기존에 사용되는 용도가 따로 있기 때문에 상시 개방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피시설 관리 지침은 ‘평상시 대피목적 이외의 다른 용도로 공용할 수 있으나 방위사태 발생시 즉시 대피시설로 사용될 수 있게 관리’하라고 명시하고 있다. 두 대피소 모두 유사시 즉각적으로 대피소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대피소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제주도청 관계자는 “대피소는 행정시에서 지정하고 관리한다”며 “개인시설의 경우는 관리를 당부하는 정도다. 우리도 정기점검 시 개선할 사항이 보이면 요청하지만 420여곳의 도내 대피소를 모두 관리하기는 힘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제주시청 관계자는 “오래전에 지정된 대피소들 중 낡고 기계실과 같이 용도가 대피소와는 맞지 않는 곳들이 있다”며 “오래되고 관리가 어려운 곳들은 대피소를 해제해 나가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곳을 찾아야 되기 때문에 단번에 많은 교체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대피소들은 주로 공공기관 지하층, 지하주차장, 건물 지하층 등에 위치한다. 공공기관의 경우는 상황이 괜찮은 편이지만 일반건물, 아파트 지하주차장 등 민간시설 대피소는 정기적인 관리가 어렵다. 앞선 경우들과 같이 다른 용도로 사용되는 대피소도 있다. 일부분이지만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인 탓에 간과하고 넘어갈 수 없는 노릇이다.

 

전쟁 등 유사시 골든타임은 보통 5분이다. 5분 내로 대피소를 찾아 몸을 숨겨야 한다. 대피소는 국민의 골든타임을 확보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그러나 대피소들이 다른 용도로 사용된다면 긴급 상황에서 국민들은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