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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가을에서 느껴지는 짧은 생각들
김인중  |  제주대학교 생명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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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0.26  14:2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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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인중 제주대 교수
한가위를 보낸 후, 본격적인 가을 날씨가 되면서 제주는 억새꽃으로 은빛물결의 장관을 이루고 있다. 개인적으로 제주의 가을은 억새를 헤치며 오름을 오를 때 가장 깊게 느낄 수 있다. 제주에 존재하는 많은 오름 중에서 몇 군데의 오름은 개방돼 있으나, 인적이 드물어 사람이 다니는 길을 억새가 막아 키보다 큰 억새를 헤치면서 걸을 때가 있다. 가족들과 함께 오름을 오르다 보면 아이들은 재미있어 하지만, ‘길다운 곳으로만 다니자’라고 하는 아내의 잔소리를 듣는 것이 다반사다. 정월대보름 즈음 들불축제의 장소로서 오름 전체를 태우는 새별오름도 억새꽃이 만발하지만, 길이 잘 정비돼 있어 헤치면서 걷지는 않는다. 사진을 찍기 위해 일부 사람들이 억새를 헤치며 들어가지만. 억새꽃이 붙어 있던 옷을 털면서 2017년 가을이 내 곁에 왔음을 알게 된다.

가을에 제주 숲의 향기도 달라진다. 겨울을 준비하면서 나무는 영양분을 뿌리나 열매로 보내고, 잎을 떨어뜨릴 준비를 한다. 상록수가 있어 잎이 떨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기온이 하강하면서 잎이 수행하던 광합성 등의 기능은 저하된다. 풀들은 씨를 퍼뜨려 다음 세대를 준비하고, 자신은 죽어 흙으로 다시 돌아간다. 겨울을 준비하는 가을 식물들의 모습을 보면서 5년, 10년을, 아니 바로 내일이나 6개월 후 미래도 준비하지 못하는 내 자신을 보며 식물보다 못한 ‘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학생 2명과 함께 감귤실험포장의 마지막 예초를 했다. 잡초도 많은 씨를 품고 있어, 씨가 얼굴로 날아와 뺨을 아프게 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떨어진 씨는 내년 따뜻한 봄이 되면 다시 싹을 틔우고 농작물의 생육을 방해할 것이다. 농작물은 예초 등의 관리를 했을 때 잘 자란다. 이런 모습을 보면 다윈이 제시한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설에서 생존경쟁은 농작물보다는 잡초가 우세한 것을 볼 수 있다. 사람의 활동이 다른 생물체의 생존경쟁 능력에 미치는 영향력이 매우 크다.

작년 가을에 비해 올 제주의 가을은 많이 조용해졌다. 사드 배치 문제로 중국인 관광객의 감소가 가장 큰 이유로 관광업 종사자들이 힘들어하고 있지만, 길거리를 지나면서, 오름을 오르면서 조용한 가을을 느낄 수 있어 개인적으로는 작년 가을보다 올 가을이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작년까지 제주에 오는 것을 포기하고 있던 지인들이 제주에 찾아오는 모습을 통해 제주가 다른 나라 땅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땅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제주 부동산의 광풍도 조금은 잦아든 것같아 먼지가 덜 날릴 깨끗한 제주 가을 하늘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출퇴근을 하다보면 길을 건너던 꿩가족을 최근까지도 올해에는 보지 못했다. 숲이나 밭에서 날으는 꿩을 보기는 하지만 퇴근 시간에 마주치던 꿩을 올해는 보지 못했다. 도시의 확장 등의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반려견으로 인한 이유도 있어 보인다. 최근에 모 유명 배우의 반려견이 유명 한식당의 대표를 물었고, 대표가 사망한 사건으로 인해 반려견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퇴근 시간에 부부가 각자 반려견 한 마리씩을 데리고 걷는 광경을 자주 보게 된다. 커다란 반려견을 목줄을 메고 걷다가 배설을 인도 위에서 시키는 반려견주를 보기도 한다. 서로가 서로를 존중해주는 모습이 있었으면 좋겠다. 개에게 주는 사랑의 반이라도 사람들에게 주었다면 이 세상은, 이 제주도는 조금 더 살만한 곳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가을에 억새를 꺾거나 눕히지 말고 함께 즐길 수 있는, 반려견에 목줄을 하고, 배설물을 치우는 제주, 제주도민이 되기를 조용한 가을의 시원한 공기와 더불어 소망해본다. 하늘이 높아지고 말이 살찌는 가을에 사람의 마음도 넉넉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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