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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 기(旗), 올려야 하나 내려야 하나
임창준  |  객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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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0.29  15: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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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창준
전국 관공서와 도로변에 걸린 새마을 깃발이 수난을 겪고 있다. "박정희 유신 독재 시절이 떠오른다"며 관청에 깃발을 철거해달라는 민원이 잇따르고, 심지어 고의적으로 훼손하는 일도 벌어진다. 반면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 된 자립 자조의 표상인 새마을운동의 가치를 지켜야 한다"며 철거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새마을 기는 새마을 운동이 시작된 지 3년 뒤인 1973년에 만들어졌다. ‘새마을’ 글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글씨를 채자(採字) 한 것이다. 1976년 당시 내무부가 각 지자체에 의무적으로 게양하도록 하면서 전국 각지에 내걸렸다. 그러다 박 정권이 바뀌자 1994년 자율 게양으로 바뀌었다. 정부가 각 기관·단체들이 국민의 정서와 지역여건 등을 고려해 자율적으로 게양하토록 조치한 것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들어 새마을기를 내리는 곳이 많다. 지난 8월 정부가 박정희 탄생 100주년 기념우표 발행을 전격 취소한데 이어 새마을기 마저 내림으로서 박정희 잔재 지우기란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6년 전 찾은 에티오피아 ‘한도데’ 마을은 축제 분위기였다. 수백 명의 마을 사람들이 새마을기를 앞세우고 마을을 돌고 또 돌았다. 누런 흙먼지가 하늘을 가렸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새마을운동의 발상지 한국에서 온 방문단을 환영하기 위한 행사는 그렇게 시작됐다. 이장이 마을회관 앞 수도꼭지를 돌리자 맑은 물이 콸콸 쏟아져 나왔다. 환호가 터졌다. 건기(乾期)가 되면 물 한 방울 얻기 힘든 곳이었다. 누런 흙탕물을 얻기 위해 마을에서 한두 시간 걷는 것은 예사였다. 수도꼭지만 돌리면 맑은 물이 나온다는 것은 상상도 못한 일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로고가 또렷이 새겨진 새마을조끼를 완장이나 찬 듯 자랑스럽게 둘렀다. 이들에게 한국은 새마을운동이고, 새마을운동은 한국이었다”

한 중앙 일간지 중견 기자가 현지 방문 후 털어놓은 얘기다.

새마을운동은 세월이 흐르며 외국으로부터 더 많은 러브콜을 받고 있다. 이들이 러브콜을 보내는 이유는 단 하나다. 한국이 새마을운동으로 세계에서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성장해 비교적 잘사는 나라가 됐고, 그들도 이를 본받아 잘살고 싶다는 것이다. UN 역시 세계 빈곤퇴치 수단으로 한국식 새마을운동의 유효성에 주목한 지 오래다. 오늘날 새마을운동은 더 이상 한국만의 것이 아니라 세계의 것이다.

개발도상국 지도자들의 새마을운동에 대한 호평도 두드러진다. 요웨리 무세베니 우간다 대통령은 “(근면 자조 협동의) 새마을정신을 만드는데 그치지 않고 그 정신을 실행했다는 데 한국의 위대함이 있다”고 했다. 폴 카가메 르완다 대통령은 2015년 유엔총회에서 “한국의 새마을운동이 르완다뿐 아니라 다른 나라들에도 영감을 주고 있다”고 반겼다. 세계적 석학 제프리 삭스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새마을운동의 캔두이즘(Candoism, 할 수 있다는 정신)이 있다면 세계 절대 빈곤을 종식할 수 있다”며 새마을운동을 세계 빈곤퇴치의 바람직한 해법으로 제시했다. 새마을 기록물이 2013년 유네스코 세계 기록유산으로 등재된 것도 특이한 일이다.

새마을을 부정적으로 보는 견해도 많다. 새마을단체는 국가나 지자체로부터 일정한 법정 보조금을 받는 단체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는 행태를 보이며 새마을 운동 자체의 순수성을 잃었다는 비난을 받기도 한다. 색깔론으로 보면 유신정권을 지탱시킨 한 축으로도 볼 수 있다. 여기에다 관변(官邊)단체 시비도 있다.

그럼에도 1970년대부터 벌어진 이 땅의 새마을 운동은 가난의 때를 지우는 한편 마을 공동체, 더 나아가 시민 전체 잘 살기 운동의 시원(始原)이었던 사실마저 폄훼 할 순 없다. 새마을깃발에 찌든 정치적 색깔을 없애고 순수하게 근면, 자조, 협동의 민간운동으로 질펀하게 무장된 새마을깃발을 올리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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