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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한 명 스승을 모신 농촌유학 해외연수
정희성  |  농부시인/어멍아방농촌유학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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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0.31  15:3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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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희성 농부시인
삼인행 필유아사언(三人行 必有我師焉)을 다시금 깨달은 3박 4일(10월 22~25일)이었다. 전국에서 스물두 명이 모였다. 나처럼 센터장(신풍리 어멍아방농촌유학센터) 또는 운영을 책임지는 각 지역 농촌유학 활동가와 학교 선생님들, 교육지원청 장학관, 지자체 담당 공무원들까지, 농촌유학의 현재와 미래를 고민하는 데 뜻을 같이하는 분들이다.

행선지는 일본 나고야중부공항에 내려 다시 내륙으로 한참 들어가는 나가노 현 남단의 우루기촌(賣木村) 산촌유학센터였다.

<2017년 농촌유학 일본현장 연수>로 이름 붙인 이 특별한 여정이, 마침 21호 태풍 ‘란’이 일본 열도를 강타하는 중에도 순조로울 수 있었던 것은 멘토들의 열정과 헌신 덕분이었다. (사)농산어촌전국협의회의 김수환 이사장·김미진 사무국장·김일복 교육팀장, 윤요왕 선생 등이 수개월에 걸쳐 준비했고, 김경옥 선생(대안공간 민들레)과 하태욱 건신대학원대학교 교수 두 분이 안내와 통역 등 멘토 역할을 도맡았다.

우리 쪽의 열정에 못지않게 우루기촌 측의 준비와 환대 또한 남달랐다. 첫날 저녁 우루기산촌유학센터의 남녀 유학생 열두 명이 지도교사와 함께 선보인 큰북 공연은 가슴 뭉클한 환영 행사였다. 우리의 농악이나 사물놀이, 난타와는 또 다른 감흥이었는데, 서투르면 서투른 대로 성심껏 연주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모두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일본에서 ‘촌’(村)이나 ‘정’(町)은 도(道), 현(縣) 시(市) 단위 아래, 우리의 면·읍과 성격이 비슷한 기초 지자체다. 여정 이틀째, 촌장과 촌 산하 교육위원회 위원, 우루기산촌유학센터 학원장과 센터장, 생활지도교사 들이 모두 모여 질의응답 시간을 겸한 ‘교류회’는 서로 약속한 시간을 넘길 정도로 진지한 대화와 성찰이 오간 자리였다. 낮에 가진 공식 간담회에서 다 풀지 못한 궁금증이 격의 없는 대화를 통해 풀려나갔다.

일본의 산촌유학 역사는 벌써 49년. 1968년 공립학교 교사였던 아오키 선생이 37세 때 도시학교의 교사직을 그만두고 자연체험교육을 하는 사회교육단체[소다테루카이(育てる會;키우는 모임)]를 설립하면서 시작됐다. 처음에는 방학과 주말을 활용한 자연체험, 농가체험 같은 단기 활동 중심이다가 5년째 되던 해 지역학교의 협조를 받아 1년짜리 장기 산촌유학을 시작했다. 그 후 25년간 전국적으로 350여 군데의 산촌유학 현장이 생기는 절정기를 맞았다가 2000년 이후엔 수가 줄어들면서 새로운 형태와 활로를 모색하는 조정 국면을 맞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6년 함양 지리산 자락에서 농가형 산촌유학이 처음 시작돼 2017년 현재 ‘한드미’ 같은 센터형, ‘별빛산골’·‘소호산촌’ 같은 복합형(마을형) 등 다양한 형태의 산촌·농촌유학이 전국 30여 개소에서 운영되고 있다. 우리는 비록 갓 10년을 넘긴 연륜이나 연대와 협력, 각 실행지 행동가들의 열정과 의지만큼은 일본과 비교해 손색이 없다는 것을 이번 여정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연수의 일본 측 안내자는 소다테이카루에서 40년간 활동해온 야마모토 미츠노리 선생이었다. 야마모토 선생은 답하기 예민한 질문에도 별도 시간을 내어 궁금증을 풀어주었다. 우리 일행의 경청과 열띤 질의, 토론에 야마모토 선생을 비롯한 일본 측 인사들은 혀를 내둘렀다.  

내게 이번 연수 여행은 스물한 명의 동행은 물론, 일본에서 만난 열 명 가까운 멘토들에게 배우고 자극받으며, 제주 농촌유학의 현실과 과제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성찰한 기회였다. 작은 학교인 풍천초등학교를 살리는 방책의 하나로 시작한 <어멍아방농촌유학센터>도 어언 5년째, 이제 학교 살리기를 뛰어넘어 농촌유학 본연의 ‘아이를 살리고, 마을을 살리는’ 목표에 한껏 매진해야 할 단계이기에 더욱 어깨가 무겁다.

연대와 협력의 중요성과 우리나라 활동가들의 역량과 비전을 재확인한 3박 4일, 내게 ‘스승의 역할’을 해준 스물한 명의 동지들께 다시금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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