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수석 제주대 교수

최근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았던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의 활동이 지난 10월 중순 마무리됐다. 공론화 위원회는 원자력 정책의 전반적인 정책 결정이 아닌, 이미 건설 중에 있다가 공사가 중단된 원자력발전소인 신고리 5호기 및 6호기의 완전한 건설중단 혹은 건설재개에 대해 여러 국민들의 의견을 귀담아 들어서 ‘숙의 민주주의’라는 절차를 통해 권고안을 마련하는 것이 위원회 활동의 목적이었음을 출범 초기부터 천명했다. 그 결과, 국민 참여단의 찬반의견이 약 19% 차이가 났으며, 건설을 재개하자는 의견이 우세했다. 총 4차례의 여론조사결과를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면 초기에 찬반비율이 거의 비슷했지만 위원회 활동이 진행될수록 건설재개의 의견이 확연히 우세해졌다. 비록 짧은 논의기간이었지만 원자력발전에 대한 찬반 양측의 여러 배경지식을 습득할수록 원전 건설 재개에 대한 요구가 더욱 커졌으며, 아마 충분한 논의기간이 주어졌다면 그 차이는 더욱더 확대됐을 것이다. 

그러데, 공론화 위원회에서는 마지막 설문조사에 향후 원자력발전소의 축소, 유지 혹은 확대에 대한 질문도 함께 던졌는데, 이에 대해서는 50%가 조금 넘는 국민 참여단이 원전 축소의 의견을 제시했다. 애초에 공론화 위원회가 탈원전 정책 전반이 아닌 ‘신고리 5·6호기’에 국한해 건설을 영구중단할지 재개할지에 대한 권고안을 마련한다고 해놓고, 해당사안에 대한 설문 이외에 원자력 정책 전반에 대한 설문조사를 하고 이를 근거로 탈원전 정책을 합리화하는 것에 대해서는 심각히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탈원전 정책에 대한 공론화를 하고자 했다면 애초에 그에 맞는 충분한 기간과 구체적인 공론화 프로그램에 대한 계획을 수립하고 진행했어야 올바른 의견수립이 가능했을 텐데, 2개의 발전소 건설재개 여부에 대한 논의에서 막판에 느닷없이 원자력정책 전반에 대한 질문을 덧붙이는 것은 공론화도 아니고 올바른 설문조사의 방법도 아닐 것이다.

정책의 결정에 있어서는 여러가지가 고려돼야 한다. 에너지 정책 역시 안전성, 경제성, 수용성 등 여러가지 사항을 종합적으로 충분히 고려한 후 방향 설정과 집행이 이뤄져야 한다. 만약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에서 에너지 정책의 방향성까지 논의됐다고 가정하면, 원전의 확대 혹은 축소를 물을 것이 아니라, 향후 에너지 구성을 어떻게 가져갈지 여러 발전원별에 대한 혼합, 즉 에너지믹스에 대한 조사를 했었어야 마땅하다. 왜냐하면 우리가 가지고 있거나 혹은 확보할 수 있는 에너지 생산 기술은 매우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굳이 원자력이냐 아니냐로 구분하는 것은 자칫 흑백 혹은 선과악의 논리로 흐를 위험성이 있을뿐더러, 궁극적으로는 우리 스스로가 선택의 폭을 제한하는 우를 범하기 때문이다.

2년전 본지에 ‘에너지믹스’라는 칼럼을 기고했었다.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전력생산 수단은 석탄, LNG 등의 화력발전, 원자력발전, 태양광발전, 풍력발전, 수력발전 등 여러가지 수단이 있다. 또한 그 양이 아직은 미미한 조력발전이나 지열발전 등의 기술도 있다. 눈앞에 맛있게 차려진 다양한 반찬이 있는 밥상에서 굳이 하나의 반찬만 먹을 필요가 있는가? 음식에 대한 기호도 매우 중요하지만 건강을 고려한 균형잡힌 식단도 중요하다. 더욱이 반찬에 들어가는 재료의 가격까지 고려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대부분 전기의 형태로 소비되는 에너지의 경우에도 수용성, 생산과 분배의 효율성, 경제성, 그리고 사회적 제약조건까지 두루두루 고려해 최적의 조합을 찾아야 한다. 무조건 값이 싸다고 원자력만이 정답이 아닌 것처럼, 원자력이 가지고 있는 잠재적인 위험성으로 인해 다른 발전방식만을 고집하는 것도 정답이 될 수 없다. 추상적이긴 하지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여러 에너지 생산기술의 최적 조합을 다양한 관점에서 비교검토해 찾아내는 것이 궁극적인 에너지 정책의 대안이 될 수 있으며, 그것을 위해서는 이전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비록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는 너무나 짧은 3개월 만에 막을 내렸지만, 우리나라의 백년 앞을 내다볼 에너지정책을 수립하는데 있어서는 더욱더 많은 사람들의 활발한 논의가 민주적으로 이뤄지는 한층 더 발전된 ‘숙의 민주주의’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