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인중 제주대 교수

11월이 시작되는 날에 생활폐기물 중 음식물쓰레기 처리 현황 및 개선 방안에 대한 포럼을 개최했다. 사람이 살면서 어쩔 수 없이 배출하는 음식물쓰레기가 더이상 제주도에서 처리하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는 이야기를 듣던 차에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제주지역협의회의 지원을 받아 관련 전문가를 모시고 포럼을 개최했다. 직접 대량 배출업소의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하는 시설을 개발해 운영중인 타지의 업체 대표를 모시고 실시 사례를 들을 수도 있었고, 제주도청과 도의회, 제주연구원의 담당 전문가로부터 제주에서의 음식물쓰레기 처리현황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평상시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분야이기에 집중해서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이제는 도민들의 의식 전환뿐만 아니라, 도 정책 방향의 설정에도 깊이있는 논의가 있을 필요가 있음을 느끼게 된 자리였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일부 다른 의견들이 제시됐고, 농업과 생명공학 관련 전공과목을 가르치고 있는 학자의 입장에서도 동의하기 어려운 일부 내용도 있었다.

이와 같이 서로 다른 의견을 허심탄화하게 나누고, 이로부터 도출된 결과들을 도의 정책이나 방향 설정에 활용할 수 있는 각계각층의 전문가로 구성된 협의회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흑묘백묘라고 했던 등소평의 말처럼 타지역이나 해외의 선진기술도 접목해 음식물쓰레기를 효과적으로 처리하거나 제어할 수 있는 기술도 아웃소싱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음식물쓰레기를 수거하기 전에 배출 단계에서 제어할 수 있는 정책의 우선 도입이 시급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현재 클린하우스에 설치돼 있는 RFID 체계의 음식물쓰레기 수거장치는 시급히 재고될 필요가 있다. 현재의 체계를 교묘히 악용해 얼마되지 않는 요금을 아끼거나 청정 제주이미지를 더럽히는 일부 몰지각한 도민으로 인해 다수의 도민이 피해보는 현재의 음식물쓰레기 수거 과정과 시설은 개선돼야 한다, 더 나아가 처리비용에도 한참 모자라게 책정돼 시민들이 부담하는 음식물쓰레기 수수료도 합리적으로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데 의견을 모아지기도 했다.

용어에서 알다시피 ‘음식물쓰레기’는 버려야 할, 자원으로 재생할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을 내포하고 있다. 용어를 우선 바꾸어야 한다. 포럼에서도 제시됐지만, 재활용이 될 수 있고 자원으로서 재사용가능하다는 의미로서 ‘음식물폐기물’이라는 용어가 더 나아 보인다. 첫째 날의 마지막 주제로서 음식물쓰레기 처리 기술에 대한 특허분석을 통해 제시된 것처럼 기술발전방향도 고려해야 한다.

음식물쓰레기는 청정 제주의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는다. 냄새나고 지저분하며, 여름철에 파리의 온상이 되는 RFID 수거시설도 어울리지 않는다. 클린하우스를 갖추고 있지 않아도 되는 24세대로 이루어진 연립주택의 난립으로 인해 상부상조했던 이웃간의 정은 다른 주민의 터전위에 설치된 클린하우스를 이용하면서 싸움으로 바뀌었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의 클린하우스도 근처에 있는 주민들이 시도 때도 없이 방문해 음식물쓰레기를 비롯한 다양한 생활폐기물을 버리고 간다. 냄새와 수도 낭비, 무질서함, 갈등 유발을 야기한다. 건축 정책이 음식물쓰레기 처리에도 영향을 크게 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음식물쓰레기는 자원이 될 수 있지만, 사람을 쓰레기로 만드는 것같아 마음이 아프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제주시와 서귀포시의 음식물쓰레기를 모두 처리하기 위한 색달처리장이 만들어지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는 못한다. 청정 제주와 친환경, 제주인이 사는 섬으로서 그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 음식물쓰레기를 비롯한 생활폐기물 정책에 대한 종합적이고 근본적인 방안이 필요하다. 높아진 시민 의식에 기대지 말고 정책이 선도하는 제주특별자치도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