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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치가 갈치 꼴랭이 그차먹나”
임창준  |  객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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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1.19  16: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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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창준 객원논설위원
“갈치가 갈치 꼬리 끊어 먹는다” 제주 속담이다. 갈치는 갈치과에 속하는 바닷물 고기로서 보통 몸 길이가 1.5m의 것이 식품으로서 가장 먹기에 좋다. 배 지느러미와 꼬리 지느러미가 없고 비늘도 없는 찬란한 은빛 색깔을 띤다. 필자가 50여년전 어렸을 적만 해도 현재는 횟집들이 즐비한 제주시 서방파제 입구부터 200여m 구간에는 여름철 밤만 되면 수많은 태공들이 무더기로 은빛 찬란한 갈치를 낚시대로 낚는 모습을 자주 봤다. 어둠 속에 낚시대에 유인돼 올라오는 기다란 갈치는 영농한 색채를 띠어 마치 조그만 촛불을 연상케 했다. 그런데 요즘 들어 어족 자원이 해마다 고갈되는 등으로 먼 바다로 출어하지 않으면 돈되는 갈치를 잡을 수 없다. 이 속담은 약한 동류(同類)끼리 서로 못살게 해치는 현상을 빗댄 것이다. “망둥이가 제 동무 잡아먹는다”는 전국 공통의 속담과 상통한다.

갈치 가운데서도 동료를 잡아먹는 갈치는 주로 작은 것들이다. 여름밤 갯바위에서 낚시를 하는 사람들은 주로 미끼로 새우나 고도리(고등어 새끼) 등을 쓴다. 요즘엔 물고기 모습의 인공 미끼가 등장해 그럴 필요 없지만. 인공미끼가 없을 경우 갈치 꼬리를 짤라 사용하기도 하는데 상품성 없는 작은 갈치들이 이 미끼에 잘 걸려든다. 큰 갈치는 주로 고등어 같은 큰 고기를 잡아먹는다. 작은 갈치는 먼바다 깊은 곳에는 두려워서 나가지 못한 채 가까운 해안일대에서 맴돌 뿐이다. 모랫가나 개펄 같은 한정된 좁은 지역에 사는 시쳇말로 ‘별 볼일 없는, 미물인 갈치새끼가 제 동무 잡아먹는 것처럼, 작고 못난 고기(사람)들이 같은 고기(사람)를 해친다는 뜻이 바로 이 속담이다. 외양으로 보면 시원치도 않는 사람끼리 아옹다옹하고 이전투구(泥田鬪狗) 하는 형국이요, 내면적으로는 ‘좁쌀 근성’의 발로다.

이 속담은 제주 지역사회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언어 중의 하나다. 이를 환언하면 그만큼 제주 사회의 현실과 똑 맞아떨어지는 내용의 속담이다. 도세(道勢)가 전국의 1∼2%에 불과한 좁디좁은 이 지역사회에서 똘똘 뭉쳐도 어려운 판에, 도토리 키 뽐내듯 -내 잘 낫느니 너 잘 낫느니, 네 탓이니, 네 탓이니- 지루한 갈등과 암투의 생활현장을 이 속담은 팩키지(package)로 흠뻑 내포하고 있다. 정당한 게임과 룰에 의해, 남과의 선의적인 경쟁으로 열심히 성공의 금자탑을 쌓으려기보다는, 이와는 정반대의 선상에서 상대방을 누르고 성공하려는 사람들이 많은 곳일수록 ‘별 볼일 없는’ 작은 갈치가 다른 동료 갈치의 꼬리를 끊어먹는, 시커먼 음해와 위선과 모략이 판을 친다. 

필자가 경찰 검찰 법원을 오랫동안 취재하면서 뼈저리게 느낀 것 가운데 하나가 제주 사람은 툭하면 별로 죄가 되지 않는 사안들을 놓고서 고소·고발을 잘한다는 것이다. 이들 고소나 고발 사건을 접수받은 기관에서 수사하다보면 70% 정도가 무혐의로 판정나고 이 가운데 상당수는 백을 흑으로 둔갑하는 무고사건으로 밝혀지기도 한다. 똥을 낀 놈이 도리어 성을 내는 형국의 이 무고 사건에 휘말려 당해 본 사람의 마음은 얼마나 아플까.

이스라엘의 어느 작은 도시에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문필가가 있었다. 이 마을 사람들은 그가 사색하고 글쓰는 시간대에 혹시 작업에 방해라도 될까봐 그의 집 주위를 온통 조용히 만들었다. 심지어 소음이 큰 헬기가 그의 집 주변 상공을 비행하지 못하도록 군과 경찰 당국에 청원을 내어 이를 관철시키기도 했다. 그는 얼마 안돼 이스라엘의 유명한 일류 작가가 됐고 마침내 노벨 문학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싹터오는 전도유망(前途有望)한 사람을 도와주진 못할 망정, 술안주 삼아 덜컹덜컹 씹어대고 음해질이나 하려드는 이 지역 현실과 절묘한 대조를 이룬다. 이스라엘 사람들, 참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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