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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호님의 죽음과 참회의 마음
김준표  |  박사/제주대 사화학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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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1.26  13: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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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표 박사
불의의 사고를 당하고 이 세상을 등진 이민호님, 죄송합니다.

죽음의 공간에서 삶을 부여잡으려고 하루 8시간, 10시간, 12시간을 버티셨음에도 아무도 돌아보지 않았습니다. 힘들다 위험하다 죽겠다 수없이 외치셨을 텐데도 듣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당신을 죽음으로 내몬 우리 사회는 여전히 또 다른 당신을 보지 못하고 또 다른 당신의 죽음을 방치하고 살아갈텐데 그저 송구할 뿐입니다.

죽고 나서야 찾아오고, 죽고 나서야 애도하고, 죽고 나서야 문제의 해결책을 찾아보겠다고 한다. 하지만 장례를 마치고 애도의 기간이 지나가면 어느새 죽음은 잊혀지고, 예전과 다를 바 없는 일상으로 되돌아간다. 현장 실습은 이름을 바꾼 채 계속 될 것이고, 실습 현장에서는 여전히 장시간 노동, 안전 불감의 문제가 지속될 것이다.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무엇이 이민호를 죽였는가? 어떻게 했어야 죽기 전에 민호를 살려낼 수 있었을까? 자본주의 사회의 노동착취 구조와 학생 학생 부르면서 학생을 사람으로 존중하지 않는 인권박탈의 사회가 이민호를 죽였다. 이윤을 남기기 위해 저임금 노동 장치를 개발하는 노동착취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이민호는 계속 죽을 수밖에 없다. 학생을 그저 가르쳐야 하는 대상으로 설정하고 동등한 사람으로 대하지 않는 한 학생은 위험의 현장에서 탈출할 수가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은 이윤창출을 위해 노동시장을 교란한다.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지역사회든, 국가든 마찬가지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실업 대책, 고용안정은 정치의 구호로만 존재할 뿐, 자본주의 사회의 노동시장에서는 철저히 무시되고 만다.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바로 우리가, 우리의 마음과 신체와 시간과 공간을 팔지 않고서는 삶을 유지할 수 없게 만드는 자본이 사람을 죽인 것이다. 실습생, 인턴, 교육생, 수습기간, 교육기간이라는 단어로 포장된 노동착취의 현장은 도처에 널려있다.

실습 현장에서 민호는 민호씨가 아니라 학생이라고 불렸을 것이다. 어이 학생 하고 부르는 순간 이미 권력관계가 설정되고 시키는 대로 해야 한다는 복종의 권력관계가 작동된다. 더 일하라면 더 일해야 하고, 위험한 안전문제를 제기해도 괜찮다는 말 한마디에 괜찮은 거구나 안심해야 한다. 실습 현장뿐만이 아니라 교육 현장에서도 마찬가지다. 학생은 자신을 학생이라고 부르는 사람에게 복종해야 한다. 학생을 학생이라고 부르는 이는 자신을 학생보다 윗자리에 위치시키고 권위를 통해 복종을 강요하고 있음을 깨닫지 못한다. 사람 좋은 선생이라고 하더라도 학생 앞에서 학생을 대하는 태도는 사람을 대하는 사람의 마음가짐이 아니라 학생을 대하는 선생의 마음가짐이다. 그래서 복종하지 않는 학생을 복종하게 만드는 것이 가르침이라고 착각하게 된다. 가르침이든 배움이든 복종의 관계에서는 제대로 이루어질 수가 없다. 어느 중학교에서 있었다는 체벌사건의 핵심도 바로 이것이다. 사회에서든, 학교에서든, 실습 현장, 알바 현장에서도 학생은 그저 학생이다. 사람이 아니다. 거리에서 어이 학생 하고 부르지 말자. 학교에서도 어이 학생이라고 부르지 말자. 어이 학생 하고 불렀는데, 저 학생 아닌데요 하면 학생도 아니야? 라고도 하지 말자. 인격으로 존중되지 않는 지점에서 복종이 강요되고 착취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복종과 착취의 현장은 죽음을 감수해야 하는 블랙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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