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광렬 시인

나는 여기 변죽을 울리기 위해 펜을 들었다. 정곡을 찌를 수 있는 이야기라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지금 상황으로는 변죽을 울리는 정도로 족하다. 변죽의 사전적 의미는 ‘그릇이나 과녁의 가장자리’다. 곧 중심과 거리가 멀거나 비껴서 있는 곳이다. 지역적으로 볼 때는 변방이요, 북으로 볼 때는 모서리다. 화살은 똑바로 허공을 차고 날아가 중심에 박혀야 하는 것, 자꾸 비껴나가기만 한다면 그 얼마나 맥 빠지는 일인가.

허나, 그것을 알면서도 고작 변죽을 울리는 것만으로 만족하는 것은 그럴 만한 사정이 있어서다. 여기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의 진상이나 실체를 나는 명료하게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오직 세간에 회자되는 말을, 그것도 에둘러 표현할 수밖에 없으므로 변죽은 변죽이다.

제주에는 최근 문화의 르네상스라고 할까 전성시대라 할 만한 풍성한 행사들이 벌어지고 있고 벌어져왔다. 그 행사들의 면면을 나는 다 알지 못하고 현실적으로 모두 들여다보기도 어렵다. 그러므로 앞에서 말한 대로 떠도는 말을 근간으로 이 이야기를 꺼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다소 비애마저 느껴진다. 아, 서두 사설이 너무 길다. 그렇다면 이제 내가 말하고자 취지를 여기 모호하나마 잠깐 제시해야겠다.

적어도 제주에서 벌어지는 큰 행사용역인 경우, 거의 도외 업체나 기획사가 독점하는 경향이 짙다는 이야기가 세간에 떠돌고 있다. 물론 도(道)나 시(市)와 직접 연관이 있는 경우도 있을 수 있고 간접영향 관계를 지닐 수도 있는데, 단도직입적으로 말한다면 제주도의 세금으로 책정 시행되거나, 진행되고 있는 이 일련의 행사들이 정작 제주도의 행사업체나 기획사에는 기회제공이 제대로 주어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어떤 대단위 행사를 하려면 그 행사를 치르려는 기획사가 있을 것이고, 목적하는 주제의식 아래 기획할 것이고, 주도면밀하게 기획된 그 자료를 바탕으로 해당기관에 입찰할 것이고, 심사위원들로 구성된 사람들로부터 심사를 받을 것이고, 당락이 결정될 것이다. 탈락되더라도 그것에 깨끗이 승복한다면 전혀 문제가 발생하지 않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듯하다. 입찰참여자들 가운데는 상대방보다 여러모로 우수한 기획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탈락하는 이유를 도저히 모르겠다는 식의 볼멘 목소리를 낸다. 그 안에 어떤 모순이나 부조리가 도사리고 있지나 않은가 의아심을 갖는 것이다. 나는 물론 그 떠도는 말에 전적으로 찬동하지는 않는다. 불확실한 말의 유포는 자칫 사회혼란을 조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 말이 한낱 낭설에 불과하다고 매도하고 싶지도 않다. 이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그런 말이 떠도는 이유가 무엇인지 몹시 궁금하기 때문이다.

현재 제주도와 육지부 인사로 구성돼 있다는 심사기구가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떻게 사안을 처리하는지 사실 나는 잘 모른다. 그리고 이 말은 쓸데없는 우려에 해당하는지 모르지만, 가령 도내의 어떤 기획사가 행사를 치르기 위해 관계 기관에 입찰을 했을 때, 그 기획사의 기획이 아무리 훌륭하더라도 경험부족 때문에 행사를 치를 수 없을 것이라는 단순 추측적인 판단만으로, 혹은 이미 사전에 내정된 상태에서 형식적 심의 과정을 거치는 등의 요식행위가 이뤄지고 있다면 그것은 큰 폐단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모든 심의기구가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어쨌든 현실적으로 불신을 품은 기획사들이 발생하고 있다면 과연 그 문제는 어디서 기인한 것인가? 정말 이와 같은 불신이 생성된 출처가 분명 어딘가에 존재한다면, 이 기회에 다시 한 번 생각을 가다듬지 않으면 안 된다. 누군가의 커다란 입김으로 저울추가 어느 한쪽으로 잘못 기우는 일은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