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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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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2.05  14:4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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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수석 제주대 교수
공론화 과정을 통해 중단됐던 신고리 5·6호기 원자력발전소의 건설재개가 지난 10월 결정됐다. 공론화 위원회를 운영하기 위한 직접 비용만 46억원 이상이었다고 하며, 최근 뉴스에 따르면 신고리 5·6호기 공사에 참여한 업체들이 공론화 기간 일시중단에 따른 비용으로 1000억원 정도를 한국수력원자력 주식회사에 청구했다고 한다. 물론 조정을 거쳐 정확한 비용이 확정되겠지만 분명 적은 금액은 아니다. 더군다나 수치로 드러나지 않는 원전 수출경쟁력의 타격이나 관련 산업 및 연구개발과 교육에 미치는 영향들 역시 엄청나다. 이러한 대부분의 합의비용은 표면적으로는 한국수력원자력 주식회사라는 기업이 지는 것이지만, 결국 세금이나 전기요금과 같이 모든 사람들에게 부담이 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반면, 당연히 비용이 들더라도 사회적 합의를 통해 중요한 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성숙된 민주주의의 관점에서 중요하다. 더군다나 이번 공론화 과정을 통해 드러났듯이 갈등사안에 대해 찬반양측의 입장과 자료가 제공돼 집중적으로 논의하면 원만하게 결론에 도달할 수 있으며, 합의과정 없이 일이 진행됐을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불필요한 문제 및 제반비용을 방지할 수 있다. 물론 논의대상의 중요도가 커질수록, 또한 갈등이 첨예할수록 보다 긴 숙의의 시간과 충분하고도 객관적인 자료의 제공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문제는 합의의 비용은 수치로 어느 정도 객관화 할 수 있지만, 그로부터 얻을 수 있는 이득이라는 것은 숫자화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단편적으로 생각하자면 합의를 통한 이득이 투여 비용보다 커야 논의를 할지 말지를 결정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의 경우를 예로 들자면 지금과 같이 건설재개가 결정됐을 경우 건설 일시중단에 따른 피해액은 수치화 할 수 있지만 원자력발전에 대한 객관적 사실전달 및 민주주의의 발전과 같은 공론화 과정이 미친 긍정적 영향은 수치화하기 어렵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만약 공론화 결과 건설중단의 결정이 이뤄졌다면, 공정률에 따른 매몰비용은 숫자로 비교적 쉽게 나타낼 수 있지만, 건설중단에 따른 다양한 파급효과는 숫자로 나타내기 어렵다.

결국 명쾌한 정답이 없는 대개의 사회적 문제는 합의의 비용보다는 합의의 결과물이 가져올 이득에 대한 객관적 수치화가 어렵기 때문에, 특정사안에 대한 찬반의 결정행위 그 자체보다 어떠한 사안을 사회적 합의에 맡길지에 대한 문제도출의 과정이 중요해진다. 당연히 첨예한 대립이 있는 문제가 한두 개가 아니기에 모든 문제를 공론화라는 틀로 해결할 수도 없을뿐더러,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회적 합의를 위해 많은 시간을 들일 수 있을 만큼 한가하지도 않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대의 민주주의라는 제도를 통해 국민을 대표하는 사람들이 치열하게 고민하고 어렵게 결정해야 할 일이 많을 수밖에 없다. 모든 사람들의 생각이 같을 수는 없지만, 많은 사람들의 지지에 의해 선출되고 직업적으로 정책을 만들고 펼쳐나가는 대표자들에 대한 신뢰는 지지여부와 상관없이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다만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과정에서 아쉬웠던 점은 애초에 기획했던 것만큼 충분한 자료가 시민참여단에게 제공되고, 또 직접 참여하지 않은 많은 사람들에게도 알려졌는가 하는 문제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실시한 공론화라는 제도였던 만큼 당연히 미비한 점이 있었고 앞으로 착실히 보완해 나가야 한다. 더군다나 지금처럼 1000억원이라는 합의비용 청구서가 체감되는 상황에서, 이왕 하는 공론화라면 얼마나 충실히 해야 그 비용이 아깝지 않을 수 있을지에 대한 교훈도 얻을 수 있다. 우리에게는 신고리 5·6호기라는 발전소 2기의 건설보다 훨씬 더 중요한 다양한 문제들이 있다. 이번 공론화보다 더 긴 시간이 들더라도 충분히 검토하고 논의해, 합의의 비용이 아깝지 않을 민주적인 과정과 합리적인 결정들이 이뤄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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