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제주포럼의 대주제는 ‘아시아의 평화 재정립’이다. 제주도는 최근 의제선정자문의원회의의 논의를 거친 제13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의 대주제를 집행위원회 회의에서 최종 확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주제가 북한의 핵 개발과 잇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로 인해 야기된 한반도 위기 국면과는 부합하지 않는다. 평화를 논의하는 포럼이라면 한반도에 드리워진 전쟁 위험의 먹구름을 걷어내기 위한 다각적인 논의의 장이 돼야 마땅하다.

지금 눈 앞에 높인 최대 과제는 남북한의 평화문제를 심도있게 논의하는 것이다. 각국의 저명한 국제정치·외교·안보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하는 방안에 대해 심도있게 논의하다 보면 기대 이상의 좋은 방안이 도출될 수도 있을 것이다.

세계적인 평화포럼과 경제포럼은 대체로 시대가 처한 상황을 주제로 포럼을 개최한다. 제주포럼이 ‘북한 핵과 미사일’ 이라는 가장 민감하고 위협적인 어젠다를 놔두고 아시아의 평화를 재정립하는 문제에 대해 논의하겠다는 것은 시대적 상황에 대한 통찰력 부족 때문이다. 아시아라는 이웃의 평화를 모색하는 것도 좋지만 그 이전에 위험에 처한 한반도라는 한울타리의 평화부터 도모하는 노력이 더없이 중요하다.

제주포럼은 한반도 평화 정착과 동아시아 지역 협력을 위한 연구·교육·교류의 거점이 되기 위해 창설된 한국의 대표적인 포럼이다. 물론 그동안 그 취지에 부합하려고 노력해왔지만 솔직히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엄청난 혈세로 마련하는 포럼에 걸맞게 파급효과는 미미했다.

제주도는 행사를 위한 포럼, 실속없는 과대포장 포럼이 아니라 포럼의 가장 큰 목적인 한반도 평화 정착에 기여하는 제주포럼이 되도록 지금이라도 내년 포럼의 대주제를 변경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