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인중 제주대 교수

2017년 한 해를 돌아보면 국민들 사이에서 많이 회자된 단어 중에 ‘비정상의 정상화’ ‘적폐 청산’ 등이 떠오른다. 최근 국내 프로배구 경기 중 오심으로 인해 주심과 부심, 경기 운영위원 등이 중징계를 받은 사건이 발생했다. 모 방송사의 법정 드라마를 보면 오판으로 사회적 약자가 범죄를 뒤집어 쓰고, 억울하게 옥살이하다가 죽는 경우가 발생한 이야기가 전개되기도 했다. 약촌오거리 살인 사건의 범인이었다가 재심을 통해 무죄로 석방된 사례가 영화로 만들어져서 상영되기도 했다.

2017년 많은 사건과 사고가 있었다. 부당하게 취급됐던 것들이 제자리를 찾아 바로 잡히는 경우가 있어 희망을 품게 한 해이기도 했다. 그러나 다른 면을 살펴보면 여전히 제자리를 찾지 못하거나 심지어 비정상이나 적폐를 새롭게 만들기도 한 해이기도 했다는 생각이 든다. 법정에 출석하지 않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모습이나 반성 없이 자신의 무죄만을 주장하는 최순실씨의 모습을 보며 촛불혁명이 일어났어야 하는 정당성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자마자 한 방송사의 사장이 정권 입맞에 맞는 인물로 새로 선임되고, 그 신임사장은 대법원에서 허위사실을 방송한 것으로 판결된 방송프로그램의 PD였다는 사실과 허위사실에 대해 사과 한마디 없었다는 사실이 생물학자인 나를 당황스럽게 한다. 자기만이 옳다는 적폐로 인해 촛불혁명이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기만이 옳다는 적폐에 빠져 있는 것이 지금 우리나라의 모습이기도 하다.

제주가 개발돼가는 모습에서도 적폐를 본다. 쓰레기 요일별 배출제, 중앙차로제 등 시민들의 의견과 불편을 충분히 검토하지 못하고 시행된 정책이 있다. 필요성을 알고 있어 지지하는 정책일지라도 준비 과정이 부족했거나 충분히 시민과 공감되지 않을 정책을 밀어붙인 것은 오심을 수정하지 않고 밀어붙인 배구 심판들과 별반 달라 보이지 않는다. 중앙차로제가 생기고 나서 U턴이 사라지고, P턴 확대로 인해 발생하는 시간 낭비와 매연 등의 오염물질 배출, 골목길의 정체, 무분별한 신호등 설치 증가 등의 문제는 제주도의 친환경 브랜드 가치와 조화가 되지 않는다. 자가용 운전자의 불편함을 야기한 측면에서 성공적일 수 있지만, 교통정체의 심화 및 추가 발생으로 인한 환경오염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궁금하기도 하다.

많이 망가져서 변해버린 제주는 여전히 아름답다. 구석구석을 가보면 이런 곳이 있었나라고 할 정도로 제주는 아름답다. 제주의 아름다움이 일부 연예인의 방송출연과 SNS를 통해 많이 알려졌지만, 더이상 연예인이 방송에 나와 제주의 삶을 아름답게 꾸미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느 프로에서 제주도는 모 여자 연예인에 대해서 감사해야 하고, 제주의 보물이라고 하지만 동의하기 어렵다. 그 연예인의 SNS 활동으로 시작된 나비효과로 인해 제주로 사람들이 유입되고, 제주 땅값 상승해 농민들의 경작의지를 잃게 만든 부정적인 영향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잘못된 판정의 오심은 바로 잡아야 한다. 오심으로 인해 스포츠 경기의 선수는 정당한 땀의 노력을 쓸모없게 만든다. 스포츠를 관람하는 관중들에게도 실망을 안겨주어 그 스포츠는 팬에게서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 오심은 시간과 기회가 주어졌을 때 바로 잡아야 한다. 자기 자신에게는 책임이 없는 것처럼 남에게만 책임을 떠넘기면 해결책은 보이지 않는다.

성탄절, 예수님이 태어나신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예수님은 신의 아들로 왜 이 땅에 태어나셨을까? 예수님은 사람들의 죄의 회개를 통해 구원의 길로 인도하시기 위해 오셨고, 십자가에 죽음으로서 그것을 완성하셨다고 한다. 하나님의 아들이면서 사람의 몸으로 낮아져서 태어난 예수님의 삶이 우리 사회에 살아있기를 소망한다. 2018년은 정상적인 한해가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