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길 시인

정유(丁酉)의 해가 저물어 간다.

이 칼럼을 쓰는 날이 26일이니 이제 정확히 닷새 밖에 남지 않았다. 5일 후면 새해 무술년(戊戌年)이 된다. 닭 울음 그치고 개 짖는 소리가 들려오는 한 해가 되는 것이다.

새해 2018년은 개(狗)의 해이다.

사람과 가장 친숙한 동물, 가족처럼 식구 대접을 받는 동물이다. 반려견 인구가 늘어나는 추세를 보면 개는 이제 사람과 동등한 대우를 받을 정도의 시대가 되고 있다. TV 프로그램 중에 ‘나쁜 개는 없다’라는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는 것도 사람들이 이제는 개를 애완동물로 보지 않고 자식이나 연인처럼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개 팔자가 상팔자’인 시대이다. 새해에는 더욱 팔자가 늘어질 터이다.

무술년 새 달력을 걸어 맨다.

두텁고 무거운 반들거리는 새 달력장-정유년 묵은 달력을 떼어내고 그 자리에 새 달력 걸어 매면서 새로운 마음과 새로운 소망까지 달아매본다.

아직은 12월의 끝자락에 5일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지만 창문을 열 때마다 바람에 펄럭거리는 가벼운 달력 한 장에 불과하니 세월의 무게가 저리도 가볍고 허망한 것인가를 느끼게 해 착잡해지는 심정이다.

어쩌랴, 유행가사의 한 곡조처럼 “가는 세월, 막을 수는 없지 않는가”

도대체 달력은 어떻게 시작되고 만들어졌을까.

달력의 역사는 수만 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선사시대 인류는 동물 뼈에 자국을 남겨 날짜를 셌고 달과 별, 태양 등 하늘의 움직임을 관찰해 달력을 만들었다고 한다. 기원전 48년에 로마의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어떤 해는 355일이고, 또 어떤 해는 382일로 부정확한 달력 때문에 발생하는 세금문제 및 관리의 임기 등 사회적 제도의 불안정을 해소하기 위해 1년의 길이를 365.25일로 정하고 달력의 표준을 정한다. 그리고 0.25일이라는 시간 때문에 4년마다 한 번씩 윤년을 두게 된다. 이렇게 해서 오늘날 대부분의 나라에서 사용하는 달력이 탄생했다.

신년도 달력장들의 종류는 다양하고 다채롭다. 형형색색이다.

크기도 모양과 디자인도 제각각이다. 크기로 말하자면 손바닥만 한 포켓용(수첩) 형태에서부터 제사상에 펼쳐놓을 만큼 넓적한 달력까지 오만가지이다.

달력은 장식용으로도 으뜸이다. 집안에서는 거실과 복도, 방안, 부엌, 그리고 심지어는 화장실 벽에까지 달아놓고 날짜도 확인하고, 달력의 그림도 보는 눈요기로 좋다.

보통 달력은 월별로 12장이지만 요새는 잘 나오지 않지만 하루 한 장씩 찢어내는 백과사전만큼 두꺼운 달력도 있었다. 이 달력은 과거에는 화장실 휴지 대용으로도 종종 사용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전에는 포스터 사이즈의 전지에 단색으로 열 두 칸을 그려놓아 1년 열두 달을 한 눈에 볼 수 있게 만드는 달력도 있었지만, 근래에는 달력들은 매월 요란한 컬러로 치장해 호화스럽기까지 하다.

어느 화가의 그림이 실린 달력은 31페이지 스케치 북 같은 책자 형태로 돼있어, 한 장씩 걷어가자면 1일부터 31일까지 날짜와 자신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작품과 같은 것도 있다.

송구영신(送舊迎新)하는 첫 번째 일이 달력을 바꾸는 일이다.새 달력장 달아매놓고 표시를 한다. 빨강, 파랑, 노랑의 펜으로 가족 기념일, 기제일, 생일 등을 별표나 밑줄, 동그라미로 표시해놓는 작업이다.

새해에는 소망성취의 날들이 많았으면 한다. 잊지말아야할 날들과 예정된 나날들, 이 모두가 기쁨으로 가득한 만남의 날들이었으면 한다. 늘어나는 나잇살만큼 꿈도 그려놓고 살아가면서 풍요로운 마음이 충만해지길 기원한다. 오고 가는 정(精) 속에 사랑의 베풂이 많아지길 바란다.

하여, 새해에는 일상의 삶이 구차해지지 않고 후회 없는 떳떳한 자심(自心)의 날들이 이어졌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