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지사는 본지와의 신년대담에서 “나무가 아닌 숲을 보고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했다. “초기 불편을 드린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며 한 말이다. 실제로 원 지사는 취임하자마자 숲을 보지 못하는 사업들을 추진해 물의를 빚어왔다. 대표적인 사업이 제2공항 예정지 선정과 시민복지타운 내 행복주택 건설사업 등이다.

원 지사는 신년대담에서 “공항인프라 확충은 도민숙원 사업이자 대통령의 공약이다. 도민의 압도적 여론을 반영해 정부에서 제2공항 건설로 가닥을 잡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 지사에게 묻고 싶다. 도민숙원사업이라는 근거는 무엇인가. 제2공항 예정지 주민들이 제주도청 앞 단식에 이어 광화문 반대투쟁, 청와대 앞 삭발투쟁 등 반대투쟁의 강도를 높여가고 있는 상황인데도 도민숙원사업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도민의 압도적 여론”이라는 언급 역시 아전인수(我田引水)식 해석에 불과하다. 오히려 제2공항이 들어서면 현재 연간 관광객 1600만 명보다 약 3배 많은 4000만 명 이상이 들어오게 된다. 제주의 최고가치인 자연환경이 훼손을 넘어 파괴로 이어질 것은 보나마나한 일이다. 대통령 공약사항이라는 말도 본질과 거리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사업절차의 투명성 확보와 지역주민의 상생방안 마련’을 전제로 사업을 추진토록 했지 반대를 무릅쓰고 강행하라고 한 것은 아니다.

제주시민복지타운 내 행복주택 건설 역시 공동주택 공급의 중요성만 알았지 전체 시민의 허파인 도심 녹지공간의 소중함을 간과한 그야말로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일방적 행정행위다. 원 지사는 주민갈등과 환경을 훼손하고 파괴로 몰고갈 제2공항과 시민복지타운 내 공동주택 건설 등 민감한 사업에서 손을 떼야 한다. 임기 6개월 남은 원 지사에게 제주의 미래에 직격탄이 될 중대한 현안을 더는 맡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