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영주 교육학박사

매년 이맘때면 1년을 되돌아보며 반성과 희망을 함께 담는 사자성어를 발표한다.

대학 교수들이 올해(2017년)의 사자성어로 ‘파사현정’을 꼽았다. 교수신문은 전국 교수 1000명이 참여한 2017년의 사자성어 설문조사에서 34%가 ‘파사현정’을 선정했다.

‘파사현정’이란 ‘사악하고 그릇된 것을 부수고 사고방식을 바르게 한다’는 뜻으로 불교 삼론종의 중요 논저에 실린 고사성어다.

삼론종, 중론·백론·십이문론을 널리 내세움으로써 얻어진 이름이다. 삼론종은 중관사상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존재와 허공, 생성과 멸, 영원과 순간, 하나와 여럿, 오고 가는 것에서 중도를 실현하란 말이다. 목표달성을 위한 노력과 성심을 가지지 말라는 말이 아니고 권력욕, 금권욕, 명예욕에 집착하지 말고 적당한 수준에서 중도를 찾으란 말과 상통함이다.

사악한 것을 부수고 바른 것을 드러낸 2017년 사자성어 파사현정, ‘국정농단’을 상대로 국민의 힘이 승리한 해였다면 백성은 물이요, 임금은 배이기에 임금이 정치를 잘못하면 백성이 그를 끌어내릴 수 있다는 뜻의 사자성어(군주민수)가 2016년의 사자성어였다. 2015년 사자성어는 정도무우, ‘바른길로 가면 근심이 없다’는 뜻을 담아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듣지 않고 정치적 셈법과 인기에 따라 정책을 성급하게 강행하는 행태에 분노를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면 2014년 사자성어는 본립도생이었다. 부모에게 효도하고 형들에게 공손하면 윗사람에게 대드는 일이 드물다는 말이다. 이는 논어 학이 편에 나오는 말로 “기본이 바로 서야 나아갈 길이 생긴다”는 뜻임을 필자가 제주신문에 칼럼으로 제시했던 내용을 되새겨 보았다.

기러기는 이동할 때 V자형으로 나른다. 맨 앞에 제일 힘세고 큰 기러기가 난다.

그러기에 맨 앞의 기러기는 리더십이 있어야 한다. 영리하고 지혜로워야 한다. 판단력과 중도를 표방하는 조화로움에 넉넉함도 있어야 한다. 때론 가냘프고 여린 심정으로 대원들을 도닥거리는 존재의 가치를 낮추는 행동도 할 줄 알아야 한다. 힘이 부칠 땐 시기를 잘 타서 자리를 넘겨 줄줄도 알아야 한다. 즉,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의 자리매김이지 권력과 금력으로 아랫사람들을 누르려 하지 않아야 함이 곧 사악함을 물리치고 사고방식을 바르고 새롭게 해야 한다는 2017년 사자성어와 일맥상통함이리라.

평범함이 진리, 일상 속 지혜와 행복 찾기를 중도에서 찾아보자. 막말이 판치는 세상, 입에 거품을 물고 핏대를 올리는 티비에 비춰진 밥맛 떨어지는 얼굴, 모든 걸 자기 위주로 미리 예단해 판단하며 자기에게 유리한 것만 골라 레코드를 돌리는 아집은 이제 좀 그만 했음 한다. 언어를 절재하고 말을 순화하는 그런 올해가 되었음 한다.

부모와 자식, 부부, 친구, 동료, 이웃, 학교 등 수많은 인연 속에서 편안하고 행복하게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 탐욕에 집중하면 결국 본인의 삶을 초라하고 황폐하게 만들뿐이다. 그러기에 자신과 남을 동시에 기분 좋게 함으로써 삶 자체가 지혜롭고 건강해지는 것임을 끊임없이 자신에게 묻고 묻기를….

자유로운 바람에게도, 하늘가 구름에게도, 산언덕의 들꽃에게도, 오름길 이름 모를 새들에게도, 잔잔한 호수의 파문을 올려보는 물고기에게도, 바람이 불면 부는 곳으로 몸을 기대는 갈대에게도, 많으면 넘쳐흘러 조화를 꾀할 줄 아는 물에게도 말을 걸어 보며 그 속에서 따뜻한 인간애도 발견하고 삶의 지혜도 배워 더불어 사는 기쁨도 맛보는 현정(賢正)의 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