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사건이 발생한 지 올해로 70주년이 되지만 아직도 4·3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도민이 많다. 진상보고서가 나오고 특별법이 제정되는 등 화해와 상생을 위해 노력해왔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는 희생자유족회 가족들만의 문제인 것처럼 인식하는 경향이다.

제주4·3희생자유족회 양윤경 회장은 본지 인터뷰(1월3일 5면)에서 “4·3문제 해결에 도민 모두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의 말대로 “제주도민 모두가 4·3의 피해자”이다. 희생자 가족은 물론 이들의 희생을 지켜본 친·인척과 이웃들도 아픔을 같이했으므로 직·간접적인 피해자들인 것이다.

특히 놀라운 일은 도민의 70% 이상이 4·3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양윤경 회장의 말)는 사실이다. 도무지 믿기지 않을 정도지만 이게 현실이다. 4·3 제대로 알기 교육의 시급성을 말해 주는 대목이다. 제주4·3의 정신은 화해와 상생이다. 물론 피해자와 가해자 간 온도 차이가 있고 상처 또한 크고 깊겠지만 이제는 모두 함께 화합과 공존으로 가는 열차에 동승했다.

국회에 제출된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전부개정 법률안이 조속히 통과되도록 하기 위해서도 4·3에 대한 도민적 인식 제고는 절실하다. 더구나 다행인 것은 이번 특별법 개정 촉구에 도내 진보·보수 정당이 모두 동참했다. 모처럼 한목소리를 낸 보기 좋은 모습이다.

사실 4·3 진상규명과 희생자 명예회복 조치가 더뎠던 것은 보수정권의 소극성 때문이었다. 이번 특별법 개정법률안 서명에 보수정당 국회의원이 한명도 참여하지 않은 점만 봐도 4·3에 대한 왜곡과 편향이 얼마나 큰 지 실감할 수 있다. 4·3 70주년은 부족한 도민인식을 제고하는 절호의 기회가 돼야 한다. 온 도민이 4·3은 희생자만이 아닌 도민 모두의 문제라는 인식을 갖게 되면 보수정당 국회의원들도 결국 동참하는 분위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