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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병(千祥炳) 풍으로 돌아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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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1.04  14:2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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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제 돌아가리. 한복판 점 하나 찍고, 그 속 아득하게
열리는 길을 따라 낡은 레조를 몰고 돌아가리.

가다가 섭섭하면 제주시 서쪽 마을 억새밭 입구에 차를
세우고, 천만 은빛으로 흔드는 억새들의 작은 손이랑 어슬렁

어슬렁 기어오르는 노을을 바라보다가

찰름찰름 찰름대는 달빛 위로 차를 몰고 돌아가리.

하느님께 ‘사랑한다’는 말 이외에 별 거짓말을 않고 살았으니
칭찬해 주십사 응석부리며 돌아가리.

그게 가장 큰 죄라면 그럼 이 살벌한 세상을 어찌 살란 말이냐고,

하느님도 한 사흘 내려와 살아보시라고 떼쓰다가
기실은 사랑을 몰라서 그랬다고 사죄드리고, 오늘이나 내일은
아니고
주변 사람들이 마음 편할 때 천상병 풍으로 돌아가 편히 쉬리.

-윤석산의 ‘천상병 풍으로 돌아가리’ 일부

마지막 편지 같은, 그러나 무릎 꿇고 하늘의 말을 받아낸 것 같은
시집 마지막 쪽의 시 일부를 옮긴다. 오승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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