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대중교통 우선차로제 위반 차량 단속에 나섰다가 한발 뒤로 물러섰다. 우선차로제도가 졸속 추진된 데다, 도로여건에 익숙치 않은 차량운전자들이 우선차로를 침범하면서 예상치 못한 무더기 단속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어떤 정책이든 제도가 정착되려면 충분한 사전 준비와 계도기간이 필요하다. 제주도는 쓰레기 요일별 수거제 강행에 이어 대중교통 우선차로제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요일별 쓰레기 수거제가 생활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위반시 과태료 처분을 적용해 물의를 빚은 제주도가 이번에는 우선차로제 단속을 밀어붙여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원희룡 도정이 대중교통 우선차로제를 시행한 것은 불과 몇 개월밖에 안 된다. 지난해 8월23일 제주공항~해태동산 간 중앙우선차로제 등을 시작한데 이어 11월 광양사거리~법원사거리 중앙우선차로제 등을 시범운영했다. 4개월 시범운영도 충분치 않은데 고작 한 달간 시범 운행하고 단속에 들어가다니 비상식도 이런 비상식이 없다.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실시한 우선차로제 단속에서 모두 1323건의 위반 차량이 적발됐다. 상당수 교통체증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선차로에 진입했지만 미처 우선차로제를 숙지하지 못한 차량도 많았다. 과태료 부과에서 계고장 발송으로 방침을 바꾼 제주도의 조치는 너무나 당연하다.

제주도는 일사천리식 행정행위의 결과가 시민의 불편과 피해로 직결된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임기말을 앞둔 원 도정이 임기내 사업을 앞당겨 정착시키기 위한 의도일 수도 있겠지만 끝까지 주민의 편에서 일해야 하는 게 원칙이다. ‘욕심이 과하면 화를 부른다’. 임기말 원 도정이 명심해야 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