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자치도의 헌법적 지위 확보는 실질적인 특별자치도의 실현을 위한 필수조건이다. 당초 정부는 제주도를 연방제 수준의 헌법적 지위를 누리는 지방자치단체로 육성한다는 전략이었으나 중앙정부의 권한과 업무의 상당부분을 이양해주는데 그쳤다.

연방제 수준의 특별자치도는 외교와 국방을 제외한 모든 중앙정부의 권한을 이양해야 가능하다. 중앙정부의 의지만 확고했다면 이미 도입됐을 것이다. 하지만 지역 형평성을 이유로 제주지역만의 연방제 수준의 헌법적 지위에 반대하거나 서로 같은 지위를 부여해 달라는 지자체들의 요구가 잇따랐을 것이다. 따라서 국세 이양 비율 상향 조정 등을 골자로 하는 재정자립도(道) 설치·운영 특례를 적용하는 등의 헌법적 지위부터 부여한 후 연방제로 가는 방안이 점진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최근 제주도가 도민 10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지방분권 개헌’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73%가 특별자치도의 지위가 반드시 헌법에 보장돼야 한다고 대답했다(본지 1월9일 1면). 도민 10명 중 7명이 원하고 있을 정도로 특별자치도의 법적 지위 보장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적 과제가 됐다.

제주특별자치도의 법적 지위 확보와 함께 유독 제주지역만 폐지된 기초자치단체의 부활을 이번 지방분권형 개헌 과정에 포함시키는 문제도 적극 검토돼야 한다. 전국 기초자치단체장들은 지방분권은 시대적 요구라며 지방분권형 개헌 실현에 앞장선다는 내용의 대국민 공동 신년사를 발표했다. 제주도민만 강화된 지방분권 혜택을 누리지 못하게될까 걱정이다.

제주도는 도지사의 권한이 다시 시장 등 기초단체장으로 분산되는 점을 두려워해선 안 된다. 지금의 도지사 1인체제는 마치 개발독재시대를 떠올리게 한다. 이런 체제로는 지역주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수용할 수도 없고 주민화합 및 소통·상생과 지역의 균형발전을 도모할 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