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공항 입지 사전 타당성 조사가 졸속으로 이뤄진 사실이 또다시 드러났다. 국토교통부는 제2공항 사전 타당성 조사에 겨울철 적설량을 빠트렸다. 이러니 타당성 조사가 부실하게 이뤄졌다는 지적을 받는 게 아닌가. 지난 11, 12일 폭설로 제주공항 활주로가 임시 폐쇄된 사례에서 보듯 적설량은 공항 입지의 적합성 여부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아마도 제2공항 예정지인 성산읍 온평, 신산, 난산, 수산리 등 일대의 연도별 적설량이 타당성 조사에 포함됐다면 이 문제 하나만으로도 공항 후보지로 부적격 판정을 받았을 것이다. 적설량이 타당성 조사에서 다뤄질 경우 제2공항 후보지가 될 수 없을 것이란 점을 예상한 국토부가 이를 고의적으로 누락시킨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처버릴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11일 성산지역은 22.5cm의 적설량을 기록했다. 1977년 2월17일 25.4cm, 2001년 1월16일 23.6cm 등에 이은 엄청난 적설량이다. 동부지역인 성산읍은 지형적인 영향으로 평년에도 도내에서 눈과 강수량이 가장 많은 곳이다. 이러한 악조건에도 제2공항 건설을 강행할 경우 겨울철 활주로 임시 폐쇄 조치는 수 없이 반복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와 반면 북부인 제주시의 적설량은 동부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지난 11일 활주로가 임시 폐쇄돼 수송대란을 빚은 제주공항의 적설량은 4cm 수준에 불과했다. 이 정도의 눈에 공항이 마비된 것을 보면 제2공항이 건설될 경우 공항대란은 상상을 초월하는 위중한 상태에 직면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가뜩이나 오름과 동굴이 다양하게 분포한 데다 폭설까지 내리는 지역에 제2공항을 만들어선 안 된다. 국토부와 제주도는 사실상 부적합 지역임이 입증되고 있는 성산지역 제2공항 건설계획 대신에 현재의 제주공항을 확장해 현대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