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경순

우연한 기회로 일본 시즈오카 현을 방문하게 됐는데, 이동 중 창밖의 풍경은 제주도와 매우 비슷해서 외국을 나온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길거리에 쓰레기가 거의 보이지 않다시피 했고, 건물들이 왁스칠을 한 것처럼 깨끗했다. 시즈오카는 어렸을 적 내가 나고 자란 ‘과거의 제주’같았다. ‘장수의 섬’ ‘세계 7대 자연경관’ ‘천혜의 환경’ 등 제주인(人) 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을 긍정적인 별칭이 그때는 있었다. 하지만 최근 우리 제주는 2016년 쓰레기 배출량 1인당 하루 1.8㎏을 자랑하며 ‘쓰레기 섬’이라는 오명을 얻었다.

제주 거주 인구보다 훨씬 많은 연 10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의 방문, 매월 1000명 가까이 유입되는 인구들을 수용하기 위한 건축으로 발생하는 폐기물, 쓰레기 매립기반 시설의 부족, 자연환경을 지키기 위해 함부로 설치하기 힘든 소각로 등 다각적인 이유로 제주는 ‘쓰레기 섬’이 됐다.

무엇보다 제일 큰 문제는 ‘쓰레기’ 그 자체가 아니라 ‘쓰레기’ 쌓이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어쩌면 우린 외면했을지도 모른다. 어려운 문제이고 해결이 불가능할 것 같은 두려움에 누군가가 대신할 것이라고 떠넘겼을 문제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제주의 많은 사람들이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너도나도 다 같이 나서기 시작했다. 제주도민들은 쓰레기요일별 배출제가 불편함에도 적극적으로 동참했다. 공무원들은 불편함을 개선하려 노력하고, 지금까지도 밤에 단속을 돌고 있으며, 기자들은 쓰레기 문제를 앞장서서 홍보했고, 지자체는 선진화된 음식물 쓰레기 배출 기계를 도입하고 매립장과 소각시설을 더 건설하려 노력했다. 

덕분에 제주도는 조금씩 발전하고 있다. ‘쓰레기’를 후손에게 물려주지 않으려는 우리 제주인(人) 모두의 노력이 자랑스럽다. 제일 힘든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정면으로 돌진하는 우리의 모습은 아름답다. 쓰레기가 없는 도로와 건물이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불편한 쓰레기 요일별 배출제를 지키고, 아름다운 제주를 유지하려는 내가, 이웃이, 우리가 바로 제주의 ‘아름다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