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길 시인

소한 대한이 지났지만 겨울 한파의 맹위가 무섭다.

상대적으로 비교적 온난하다는 남부 해안지방이 사흘째 영하 7도 이하로 떨어졌고 그 외 지역은 영하 10도는 예사로 전국이 꽁꽁 얼어 그야말로 겨울왕국을 방불케 한다. 어느 날인가는 스마트폰으로 윙윙거리며 한파특보 메시지가 종일 울렸던 것같다.

뉴스에서는 바닷물도 얼었다 한다.

보통 순수한 물은 어는 물이 0℃지만 그렇지 않은 물은 그 어는 점이 더 낮다. 바닷물, 즉 해수는 소금물이라 보통 물이 0℃에 어는 것과 달리 빙점이 더 낮다. 또한 그 농도가 진해짐에 따라 어는점이 낮아진다. 만약 소금물을 얼린다면 소금물은 고체 상태의 소금분자가 액체 상태의 물에 녹아 있는 것이므로 고체인 소금은 그대로 남고 액체인 물만 점점 얼게 된다. 바닷물이 어는 것은 바닷물 자체가 어는 것이 아니고 물만 어는 것이다.

과학적 이론이 그렇다 하더라도, 바닷물이 얼었다고 하면, 그 말만으로도 소스라쳐지게 추위를 느끼게 된다.

제주에도 올 겨울 들어 강력한 한파가 며칠째 이어지고 있다.

지난 5년간 제주의 기온을 살펴보면 지난 2016년 1월 24일이 영하 5.8도로 가장 낮았고 2012년 2월 2일에 영하 2.8도로 두 번째로 낮았다. 올 겨울 제주의 최저 기온은 영하 2.6도로 최근 5년간 기록 중 세 번째로 낮았다.

또한 이번 한파는 강한 바람까지 동반해 체감온도는 더욱 낮았다. 26일에는 제주지역의 체감온도는 영하 7.6도를 기록했다.

기상청 예보대로라면 이런 혹한이 설전까지도 종종 올 수 있어서, 날씨가 풀리기만을 기다릴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대비하는 게 우선이다. 집의 보온 상태도 확인하고, 동파 위험이 있는 곳은 없는지 살피고, 무엇보다 추위로 인한 질병에 걸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그런데, 한파의 위세가 꺾이지 않고 계속 추워지면 보다 더 주의를 두어야 할 일이 있다. 바로 겨울철 화재다. 너무 추운 나머지 불을 가까이하다 보면 화재 확률도 배가된다. 아니나 다를까 최근 전국적으로 화재로 인한 안타까운 인명 피해 사고들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센터에 따르면 최근 2년(2016~2017년)간 겨울철 화재 발생건수는 2만4762건이다. 가장 화재가 많이 발생한 봄철(2만5818건)보다 1100여건이 적다. 하지만 사망자 수는 겨울철이 259명으로 오히려 1.7배 가량 많았다.

전문가들은 추운 날씨에 야외활동보다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는 행동 양식이 큰 영향을 끼친다고 봤다. 겨울철 화재 발생 자체도 많은 편인데다가 추위에 사람들이 실내에서 주로 생활하다 보니 건물에 불이 나면 인명피해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보온을 위해 건물 창문과 출입문 등을 평소보다 단단히 걸어 잠근다는 점도 겨울철 화재 인명피해가 많은 이유로 꼽았다. 연기와 유독가스 흡입이 사망 요인이 된 사례가 전체의 59%(지난해 기준)에 달한다. 지난해 12월 제천화재 당시에도 창문이 닫힌 폐쇄된 공간인 건물 2층 여성사우나에서 연기와 유독가스 흡입으로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다.

전기매트 등 전열기구 사용 또한 겨울철 화재의 주요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를 예방하기 위해선 우선 사용하지 않는 전열 기구는 반드시 플러그를 뽑아 둬야 하며 문어발식 콘센트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
특히 전기매트의 경우 접어서 보관하는 것은 단선 등의 위험이 있으므로 금지해야 한다. 또한 난로는 커튼 등의 주변 가연물로부터 충분한 거리를 유지하고 사용해야 한다. 더불어 가스불이 제대로 껴져있는지 확인하는 것은 필수다.

이처럼 겨울철 화재예방은 사소한 관심을 갖고 주변을 잘 돌아보는 데서 출발한다. 유독 요새 상기되는 표어가 “꺼진 불도 다시 보자”다.

날이 추워질수록 우리 주변의 꺼진 불들도 다시 한 번 돌아보면서 명심하며 이 겨울을 나야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