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창준

영국 정부가 올해 들어 국민이 느끼는 외로움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 ‘외로움’ 담당 장관을 신설, 임명해 화제가 되고 있다. 영국의 적십자사가 국민이 느끼는 외로움 문제를 조사한 결과 인구 6500여만명 중 900여만명이 외로움을 느끼는 것이 계기가 됐다. 외로움 장관을 탄생시킨 배경에는 고독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은, 하루에 담배 15개비를 피우는 것만큼 건강에 해롭다는 의학보고서가 큰 영향을 미쳤다. 영국에선 75세 이상 인구의 절반가량이 혼자 산다. 잉글랜드에서만 무려 200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도 고독사(死)가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우리도 이젠 외로움을 달래고 사회적으로 이를 해결해나가기 위한 가칭 ‘고독부 장관’이나 차관급 신설문제 등을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때가 됐다는 걸까. 어쨌든 영국의 경우를 우리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할 때가 된 건 분명하다.

외로움이 치매 발생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본 연구 중에 눈에 띄는 것이 있다. 네덜란드 정신건강연구소 보고서다. 노인 다섯 명 중 한 명이 지금 "외로움을 느낀다"고 답했다. 이들의 13.4%가 3년 뒤 치매에 걸렸다. 외롭지 않다고 답한 사람은 5.7%만 치매가 왔다. 중요한 것은 외로움을 '느낀다'고 말한 노인이 사별이나 별거 등으로 실제 외로운 노인보다 치매 걸린 비율이 더 높았다고 한 중앙 언론은 지적하고 있다. 영어권 나라에선 고독이나 외로움을 ‘Solitude’나 ‘Loneliness’ 등으로 표현한다. 서양의 문학가들이 이 어휘를 자신의 글에 쓴 사례는 숱하다. 문학가들은 물론, 대중 음악가들도 곧잘 노랫말(가사)에 고독을 집어넣어 대중을 사로잡는다. 샹송 가수인 조르지 무스타키의 ‘나의 고독(Ma Solitude)’이 대표적이다. 그만큼 외로움의 정서가 찐하게 대중의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남성 넷 중 한명은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다가 생을 마감한다. 초고령 사회인지라 결혼해도 사별과 이혼으로 혼자 사는 이가 많다. 이에 일본을 '단신(單身)' 사회라 부른다. 무연고 고독사가 쏟아지고, '외로움 비즈니스'가 번성한다. 외로움을 달래주기 위해 안부 전화를 걸어주는 기업이 성업하는가 하면, 유품 정리 회사도 인기란다. 애완견이 노인 수만큼 많고, 홀몸 노인이 모여 사는 '노인 홈(Home)' 분양 광고가 신문을 도배한다.

결과적으로 1인 가구 폭증 시대에는 외로움도 돈이 된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외로움 관리'라는 이름으로 각종 소셜미디어나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산업이 시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외로움은 '현대사회의 고질적 전염병'이라는 이름과 함께 아예 질병으로 취급되고 이를 치유키 위한 여러 방법의 상품이 출시되고 있다. 앞으로 이런 추세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외로움으로 인한 의료비와 사회적 비용이 1년에 3조7000억이나 된다는 영국의 복지 연구기관에서 보고서가 나온 적도 있다. 우리나라도 영국 못지않게 많은 수의 사람들이 외로움으로 힘들어 하고 극단의 선택을 하기도 하는데 이에따른 통계조차 없다. 우리나라가 34개국 OECD 국가 중에서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이 이를 뒷받침한다. 국민의 외로운 가슴을 방치한 국가는 국민의 행복권을 지켜주지 못한 정치적 태만이라고 생각하는 영국의 정치를 한낱 부러운 먼 나라 이야기로만 치부해서는 안 될 일이다.

우리도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로 곧 고독 사회를 맞는다. 지금의 복지 제도와 생활 양태는 가족과 결혼을 전제로 했다. 이제는 1개인 위주 생활로 변했다는 걸 염두에 둬야 한다. 모여서 지내게 하고, 어울리게 하는 삶을 만들어가야 한다. 이와 더불어 외로움을 스스로 극복하고 즐길 줄 아는 지혜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