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순복 동화작가

알아두면 손해 보지 않은 소소한 일들이 있다.

그래서 인간은 죽을 때까지 배워야 하나 보다. 진작 알아뒀더라면 손해 보지 않아도 되는 일들, 모르고 살아온 시간만큼 손해를 봤다는 사실에 자신에게 실망하고 화가 난다.

그것이 어디 내 탓이랴? 배우지 못한 탓이지. 하지만 가르쳐 주지 않는 것을 어떻게 배운단 말인가.

지금은 다 자라서 군인이 된 조카가 초등학교 때 일부터 꺼내 보려 한다.

당시 동광초등학교에 다니는 조카는 엄마가 돌아가시고 계시지 않았다. 아빠와 둘이서 사는 삶이 피폐한 이유로 고모인 내가 데리고 있었는데 늘 시간에 쫓기는 나로서는 제때에 급식비를 내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루는 서울 회의에 가 있었는데 급식비를 미처 내지 못해서 아이가 울면서 돌아왔다는 직원이 전화에 서둘러 학교에 가서 급식비를 내달라고 했더니 백만 원짜리 수표밖에 없다며 아침 일찍 수표를 들고 학교 서무과를 찾았는데 학교에 잔돈이 없어 못 받겠으니 내일 내라고 해서 그냥 돌아왔다는 것이었다.

속상한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었다. 겨우 초등학교 1학년 때 일이다. 그 후로도 2~3년을 더 급식비를 낸 기억이 있다.

4학년이 돼서야 한 부모 가정의 자녀는 급식비가 면제된다는 사실을 알고 얼마나 허탈하던지….

물론 아이의 기를 살려 주기 위해서는 여전히 꼬박꼬박 내고 당당히 급식을 먹을 수 있다면 좋았겠지만 내지 않아도 될 돈을 낼 정도로 여유로운 삶이 아니었기에 화도 나고 어처구니도 없었다.

급식비를 내기 위해 백만 원짜리 수표를 들고 직원을 학교로 보냈는데 잔돈이 없다고 수납하지 못하고 그냥 돌아오면서 한마디 해 주었다는 직원이 얼마나 자랑스러웠는지.

그리고 한 반년인가 급식비를 면제 받고 공짜로 밥을 먹게 했다. 지금도 그때 일을 생각하면 분하고 억울하다. 당당히 누려야 할 권리를 알지 못했다는 이유로 누리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수모까지 당하고 말았으니 말이다.

지금 와서 새삼스럽게 십 년도 지난 일을 굳이 들추는 것은 나와 같은 상황에서 다만 알지 못한다는 이유만으로 내지 않아도 되는 급식비를 어렵게 내는 가정은 없나하는 안타까운 마음에서다.

한 부모 가정의 어린이는 급식비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누가, 어디서 가르쳐 주는가? 학교도 동사무소에서도 알려 주지 않았다. 가르쳐 주는 곳이 없으니 어떻게 안단 말인가?

그런데 얼마 전에야 알게 된 모르고 손해 본 일을 알게 됐다.

약 처방 전을 받고 근무시간에 약국을 가지 못하고 주로 퇴근하는 길에 약을 사러 다녔는데 6시가 넘으면 약값이 비싸진다는 것이다.

아뿔싸!

토, 일요일이나 공휴일에는 병원 진료비가 비싸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퇴근 시간 후 약값이 비싸다는 것은 몰랐으니 이 또한 오랜 세월을 덤으로 웃돈 얹혀 주면 약을 구입했다는 이 사실을 어쩌란 말인가.

참으로 웃기고도 슬픈 일인 것이다.

나만 모르고 있었던 것일까? 아니면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을까? 이제부터는 절대로 퇴근 시간 후에 약을 사는 일은 하지 말아야겠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이러한 사실을 알고 일부러 손해 보는 일이라도 하지 말아야겠다. 그런데 이런 사실은 누가 어디서 가르쳐 주는 것일까? 전문인들만 아는 일들….

또 쉬쉬하며 알려 주지 않아서 손해 보는 일들은 없을까 궁금하다. 누구 아는 분 계시면 나와 같은 서민을 위해서 알려주는 배려를 베풀어 주실 수는 없을지 기대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