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준표 박사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세배를 마치고 세배돈을 동전으로 바꾼 후, 모여 앉아 화투판을 벌인다. 한 시간, 두 시간, 세 시간, 화투판을 물리고 나면, 딴 사람은 없고 잃은 사람만 있다. 화투판에서 이익을 보는 사람은 광을 잘 판 사람이다. 광 파는 것만이 화투판에서 돈을 챙기는 유일한 방법이다. 벌어지는 화투판을 멀찍이 지켜보며 개평을 뜯기도 한다. 개평은 판이 다 끝나기 전에 챙겨야 한다. 판이 끝나고 나면, 개평 뜯기가 쉽지 않다. 간혹 윷놀이가 화투를 대신하기도 한다. 그 때에도 내기는 빠지지 않는다. 내기가 아니면 재미가 없나 보다.

무언가를 걸고서야 일을 시작할 수 있는 사회를 넓은 의미에서 도박사회라 명명할 수 있을 것이다. 도박을 보통 불활실한 결과를 두고 내기를 거는 행위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의 미래 중에 불확실하지 않은 것이 있던가? 예측가능한 사회를 만들어보자는 것은 한낯 꿈에 불과한 것인지도 모른다. 예측이 가능하다는 말은 과정에 대한 결과가 비교적 확실하다는 건데, 사실 과정에 대한 결과값이 확실한 경우는 수학의 계산식이나 물리적 자연법칙 정도에서 찾아볼 수 있다. 설 전에 제주를 뒤덮었던 폭설 역시 예측가능한 결과는 아니었다. 예보가 가능한 일기는 과거의 일이 돼가고 있다. 바람의 흐름조차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이 돼버린 오늘날, 예측가능한 것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예측 가능한 사회에서 예측 불가능한 사회로의 변화는 우리 사회를 점점 도박사회로 밀어넣는다.

제주사회 역시 그렇다. 땅을 파고 바다를 더듬어 먹고 살던 시절에는 예측가능한 사회였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뿌린 만큼 거두면서 살아갈 수 있었다. 제주땅에 눈독들인 이들이 제주를 팔아 이익을 챙기려는 욕심을 제주개발특별법, 제주국제자유도시, 제주개발센터 등으로 구체화하면서 제주는 점점 예측불가능한 사회가 돼버렸다. 난무하는 개발계획들마다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해 경제적 이익들을 예측하지만, 그것은 투자자들을 위한 것이고, 투자자들의 경제적 이익이 예측 가능해 질수록 일반도민들의 삶은 예측이 불가능해진다. 경제성장률이 계속 0보다 큰 수로 나타나지만, 개인소득과 가계소득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예비후보등록이 시작됐다. 후보들은 게임판의 베팅처럼 공약을 제시한다. 자유한국당의 김방훈 예비후보는 내국인 카지노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만일 김방훈 예비후보가 도지사로 당선된다면, 내국인 카지노 도입여부에 대한 도민의 판단과 선택이 전혀 다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당선이 내국인 카지노를 추진하라는 도민의 선택이라고 주장하며 내국인 카지노를 밀어부치려고 할 것이다. 도박사회의 선거과정에서 후보자 개인과 후보자를 내세우는 정당은 마치 개발계획 투자자들 같다. 그들은 여론조사 등을 토대로 당선가능성을 점치고 공약을 제시하며 미래를 약속하지만, 정작 유권자들의 구체적인 삶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을 갖지 않는다. 공약에는 유권자들이 아니라 정치인과 자본가들의 이익이 반영된다.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시킬 대리자, 유권자들이 좋아할만한 경쟁력 있는 후보를 내세우면서 공약을 베팅하고 있는 것이다.

선거가 도박이 되지 않으려면, 후보자들이 아닌 유권자들이 공약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유권자들이 원하는 유권자들의 공약이 수렴돼야 한다. 선거는 유권자들의 기대와 바람을 공약으로 만드는 과정이어야 한다. 나의 꿈과 나의 뜻을 유권자의 선거공약으로 제시해보자. 그에 맞는 후보가 있다면 표를 주고 그렇지 않다면 나의 표를 그들의 들러리로 제공할 이유가 없다. 경마장의 말처럼 후보들을 달리기 선에 세워놓고 공약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그들의 이익에 베팅하면서 1등을 가려내는 도박판 선거는 이제 그만하자. 될 사람을 찍는 투표, 아슬아슬하게 떨어질지도 모르니 차선이든 차악이든 몰아주는 투표는 도박판의 베팅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