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광열 시인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 사람은 그가 소속된 사회를 떠나서 혼자 살아가기가 쉽지 않다. 그것은 마치 나뭇잎이 나뭇가지의 도움 없이, 나뭇가지는 줄기의 도움 없이, 줄기는 뿌리의 도움 없이 생존하기 어려운 이치와 같다. 뿌리는 또한 흙의 영양분과 물의 도움으로 커나가며 줄기와 나뭇가지와 나뭇잎에게 흙의 영양분과 수분을 공급해준다. 한편 나뭇잎이나 나뭇가지 등은 뿌리에게 필요한 만큼의 따뜻한 빛을 받아 광합성 작용을 함으로써, 축적된 에너지로 상호간의 삶을 영위해나간다.

이러한 물리적인 힘은 단순히 물리적인 힘만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그곳에는 감정이 있고 이성이 있고 정신이 있다. 애니미즘 사상은 우주의 모든 만물에는 생명이 깃들어 있다는 일종의 정령사상인데, 이는 과학적 근거가 미약하다 해 배척할 일만은 아닌 것같다. 익히 다 아는 사실이지만 여기 한 가지 예를 들어보면, 미국의 한 과학자가 다음과 같은 실험을 했다. 그 과학자는 먼저 나뭇가지에 미세한 실을 묶어놓은 상태에서 도끼를 쳐들고 말을 안 들으면 이 도끼로 너를 찍어버리겠다는 투의 위협을 가했다. 다음에는 아주 부드러운 목소리로 나는 너를 사랑해 하는 식의 애정을 표현했다. 그러자 묶어두었던 실의 반응이 상반됐다. 전자의 경우는 실을 바르르 떨며 공포감을 드러냈지만 후자의 경우는 평온했다.

이로 보아 나무(생물)에게도 감정이 있다는 것을 추정할 수 있기는 하지만 무언가 선뜻 신뢰가 가지는 않는다. 인간처럼 적극적인 소통이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허나, 나무와 나무끼리는 서로 소통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럼으로써 나무는 나무끼리 어우러져 사는 게 아닐까. 말하자면 그것은 서로 의지하는 힘이다. 그 의지하는 힘이 물리적인 에너지는 물론 정신적인 에너지를 생성시켜 살아가게 하는 원천이 되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유치한 생각일지는 모르나 사막을 보라. 나무와 풀이 없는 곳에 나무와 풀이 무성히 자라나는가.

최근 부산에서 50대 여인이 고독사 했다는 기사를 접했다. 10여 년 전 남편과 이혼 후 홀로 살다가 혼자 사망했으며 사체는 한 달여 동안 방치됐다. 조울증과 조현병을 앓았을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무엇보다도 영양실조가 사망의 주된 원인으로 보고 있다. 노인층 못지않게 중년층 고독사 예방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부산시가, 올해 중장년층 고독사 예방사업과 중장년층 사회관계망 회복 사업 등에 예산을 배정하지 않아 시의회로부터 질타를 받기도 했다는 보도 내용이 있었다. 이는 사회적 무관심이 자칫 한 생명을 나락으로 떨어뜨릴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 할 수 있을 것같다.

그에 앞서 제주에서는 혼자 관광 왔던 20대 여인이 살해된 사건이 발생했다. 게스트 하우스에 투숙했다가 참변을 당했다. 사체가 발견된 곳은 바로 옆 폐가다. 범인은 그 게스트 하우스의 관리인이었으며, 천안 어느 여인숙에서 변사체로 발견됐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어우러져 살 수 없는 짓을 했고, 끝내는 사람과 사람 사이를 떠났다.

그리고 얼마 전 우리는 설을 쇠었다. 어떤 가족은 오랜만에 모여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는 등 덕담도 나누며 화목한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또 어떤 가족은 가족사이의 해묵은 갈등과 충돌로 개운치 않은 한때를 보내기도 했을 것이다. 또 어떤 가족은 페미니즘의 카테고리에 갇혀 새로운 갈등을 빚기도 했을 것이다.

결국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사회는 개인과 개인이 서로 따뜻한 에너지를 주고받는 공간이다. 개인도 아주 중요하지만 이기심에만 집착하다보면 자칫, 개인도 사회도 존속하기 어렵게 된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사람이 있다는 점을 절실히 인식하는 삶이 중요할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