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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렁출렁, 걸레 스님
나기철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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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3.06  11:3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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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기철 시인
‘이러다 지각하겠다 싶을 때, 있는 힘껏 길을 잡아당기면 출렁출렁, 학교가 우리 집 앞으로 온다/춥고 배고파 죽겠다 싶을 때, 있는 힘껏 길을 잡아당기면 출렁출렁, 저녁을 차린 우리 집이 버스 정류장 앞으로 온다/갑자기 니가 보고 싶을 때, 있는 힘껏 길을 잡아당기면 출렁출렁, 그리운 니가 내게 안겨 온다’(박성우, ‘출렁출렁’)

박성우 시인의 청소년 시집 『난 빨강』(창비)에 실린 시다. 아동 문학과 성인 문학 사이에 끼어 제대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던 우리의 청소년 문학이 얼마 전부터 다시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중학교 때, 학생 잡지 『학원』에 연재 되던 소년 소설들 『쌍무지개 뜨는 언덕』 『황금박쥐』 『얄개전』 같은 것들에 우린 얼마나 열광했나. 『학원』이 당시 유일한 학생 잡지였고, 그것 외엔 별다른 정서적 해소의 공간이 없었기 때문이었을 게다.

지금 우리의 교육 제도는 그야말로 초등학교부터 고교까지가 대학 입학을 위한 준비 과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영어를 비롯해 여러 개의 과외를 받고, 중학교는 고등학교 입학, 고등학교는 목전에 온 대학 입시를 위해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몸과 마음을 혹사 시킨다. 생활이 너무 빡빡하다. 학과 공부의 중압감으로 다른 것을 즐기기가 매우 힘들다.

이런 지경에 있는 10대들에게 그들의 마음을 기댈 그들의 문학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제 청소년 문학도 당당히 한국 문학에서 제 자리를 차지해야 한다.

위 시의 ‘지각, 춥고 배고픔, 니 보고 싶음’은 이 시기 청소년들이 누구나 다 경험하는 감정들이다. 지각 직전의 학교, 춥고 배고플 때의 집, 보고 싶은 너’가 멀리 있는 길 위에서 그것과 빨리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누구에겐들 없겠는가.

시인은 그걸 이렇게 ‘잡아당기면’과 ‘출렁출렁 온다’의 상상력으로 실감 있게 나타내고 있다. 어쩌면 이렇게 우리 그 때의 심정을 절묘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감탄하게 된다. 무엇보다 재미있다. 앞으로 이런 시집들이 계속 나와 우리 청소년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줄 수 있어야겠다.

‘청소당번이 도망갔다./걸레질 몇 번하고 다 했다며/가방도 그냥 두고 가는 그를/아무도 붙잡지 못했다.//“괜히 왔다 간다.”/가래침을 뱉으며/유유히 교문을 빠져나가는데/담임선생도/?아무 말을 못했다.‘(윤제림, ‘걸레 스님’)

윤제림의 다섯 번째 시집 『그는 걸어서 온다』(문학동네)에는 이 시처럼 재미있는 시들이 많다. 그냥 일상의 풍경을 ‘시치미떼’(이홍섭)면서 쓴 것들이다. 그는 『삼천리호 자전거』 『미미의 집』 『황천반점』 『사랑을 놓치다』 등의 시집이 있다. 시집에 이렇게 고유 명사를 쓸 때, 우리는 더 빨리 흡인된다. 구체적인 이름이 야기하는 고유의 정서는 그 시를 읽는 내내 작용해 우리를 더욱 옭아맨다.

이 시 ‘걸레스님’은 파계승으로 유명한 중광 스님을 다룬 시다. 그는 계율에 얽매이지 않는 기행으로 승적을 박탈당했지만, 그의 선화(禪畵)는 파격적인 필치로 독보적이어서 ‘한국의 피카소’로 불려 지기도 했다. 2001년 10월 서울 가나아트센터에서 ‘중광 달마전:괜히 왔다 간다’ 전을 열였었고 그 다 다음 해 타계했다. 그의 고향은 제주도이다.

이 시는 그가 살았던 세상을 학교에 비유하고 있다. 학교는 규율대로 움직여야 하는 곳이다. 이 규율과 내용과 분위기가? 자기에게 맞지 않는다고 해도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고 자기 최면을 걸던지, 꾹 참고 지내야지,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했다가는 불량 학생으로 낙인찍히기 십상이다.

걸레스님은 말하자면 학교에서는 불량 학생이다. 그는 몇 번 걸레질만 쓱쓱 하고 가방도 놔 두고, 가래침을 퉤, 뱉으며 교문 밖으로 나가 버리는 학생처럼, 승려로서 지켜야 할 계율에서도 떠나 마음 내키는 대로하고 다니는 불량 승려이다.

망설이지 않는, 확고한 생각의 사람에게 담임 선생이든, 조계종의 누구든 뭐라 할 수 있겠는가. 이미 그는 자유로운 존재인 것을. 또 다른 청소년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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