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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한 귀퉁이에서
김광렬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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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3.15  13:3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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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광렬 시인
지난겨울은 추웠다. 마을에 잘 내리지 않던 눈이 집집, 거리거리를 점령했다. 길이 빙판 져 미끄러지기를 여러 차례 반복하다 급기야는 엉덩방아를 찧기도 했다. 엉덩이에 금이 가는 듯 찡, 하는 아픔이 한 획을 긋고 갔으나 별 이상은 없었다. 엉거주춤 일어나서 옷을 툭툭 터니 한쪽 다리가 찡긋거려오기는 했지만 가던 길 다시 갈 수 있어서 퍽 다행이었다.

며칠 전 지방신문을 통해 복수초꽃 사진화보를 보는 기회를 가졌다. 노란 꽃잎이 참 정겹고 따뜻해보였다. 그동안 몇 차례 비가 뿌려서 눈이나 얼음을 뚫고 핀 복수초꽃을 보기 어려울지 모르나, 그 꽃은 눈이나 얼음을 뚫고 피는 꽃이라 해 북쪽지방에서는 눈색이꽃, 중국에서는 설연(눈 위에 피는 연꽃)이라고 부른다고도 한다. 또 어느 지역인지는 모르지만 얼음새꽃이라고 부르는 곳도 있는 모양이다. 동양에서는 ‘영원한 행복’, 서양에서는 ‘슬픈 추억’이라는 꽃말을 달고 있는 이 꽃은 복과 장수를 기원한다는 뜻에서 ‘복수(福壽)초’라고 명명했다는데 한자를 빼고서 보면 무슨 원한을 갚는다는 뜻으로 잘못 오해할 수도 있다.

몇 년 전 친구를 따라 들로 나갔다가 직접 본 일이 있기도 하다. 앙상한 가시덤불을 헤치고 들어간 숲속 양지바른 곳에, 그 복수초꽃은 노란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앞서 말한 그대로 꽃은 녹다 만 잔설 사이에 피어있었다. 내가 마치 눈 속에 몸을 박고 있는 듯 한기를 느꼈다.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간의 시간이 흐르면서 오히려 그 꽃이 화사하고 다사로운 느낌으로 다가왔다. 이 겨울의 끝자락에 이렇게 따뜻하고 아름다운 꽃이 피어나기도 하는구나 하고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면서 겨울의 끝은 결코 끝이 아니라, 새로운 계절의 시작일 뿐이라는 생각도 더불어 가졌던 것같다.

아직도 아침저녁으로 공기는 쌀쌀한 가운데 한낮이면 무언가 화사한 봄볕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다, 이제 어느덧 봄이다. 봄은 무언가 희망을 품어보게 하는 계절이다. 겨우내 여기저기 켜켜이 뭉쳐있던, 무언가 어둡고 음울한 기운들을 털어내고 산뜻한 마음으로 출발해보고 싶은 때다. 모두들 얼마나 힘들었는가. 그 추운 겨울을 이겨내기 위해 참으로 애썼다. 어떤 사람은 빙판길에 넘어져 뼈에 금이 간 사람도 있을 것이고, 실족사한 사람도 있을 것이고, 겨울을 이겨내느라 모든 힘을 소진해 무기력증에 빠진 사람도 있을 것이다.

사람이 무기력증에 빠지는 이때에 자연은 어떤가. 이제 곧 나날이 변화할 것이다. 잠자고 있던 사물들이 부스럭거리며 눈을 뜨고, 메말랐던 사물들이 생기를 얻어 촉촉해지고, 죽어있는 것들을 거름삼아 새로운 생명들이 탄생할 것이다. 대자연의 위대하고 놀라운 소생 앞에서, 대자연을 뛰어넘을 수 없는 인간은 상대적으로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을 것같기도 하다. 허나 사람은, 사람이므로 그러한 무기력증을 이겨나가기 위해 애쓸 것이 분명하다. 나날이 푸르러가는 자연을 바라보면서, 자연의 에너지를 빨아들이고 호흡하면서, 자연에 적응하고 동화해나가면서, 서서히 인간도 무기력증에서 벗어나 다시 새로운 생명의 활기를 얻고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해 나갈 것이다.

인간은 완전체가 아니다. 인간은 수많은 세포로 이뤄진 유기체지만 정신적으로는 흔들리는 갈대와 같다. 헤아릴 수 없는 고뇌와 갈등을 극복하며 무엇인가를 이뤄가는 존재다. 그런 가운데 따뜻하고 화평한 삶을 지향해나간다. 삶이 어찌 편하기만 하겠는가. 얼음이랄까 차가운 눈 속에서도 고통을 인내하고 아름답게 피어난 저 노란 복수꽃처럼 모든 이들이 따뜻하고 화평해지기를 바라는 마음, 그것이 인간이 본디 마음은 아닐까. 
이 봄에는 모든 이들이 저 노란 복수꽃 꽃말처럼 행복하고 건강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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