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신문=김지우 기자] 값싼 숙박비에 파티문화까지 있어 여행객의 천국으로 불리던 제주 게스트하우스가 성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다. 지난달에 이어 또 다시 여성 투숙객을 상대로 한 성범죄 사건이 발생하면서 이른바 ‘게하 포비아’(게스트하우스의 줄임말과 공포증을 뜻하는 포비아의 합성어)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제주동부경찰서는 현직 소방공무원 A씨(29)를 강간치상 혐의로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19일 밝혔다. 제주에 관광 온 A씨는 지난 11일 오후 10시 30분께 제주시 구좌읍 모 게스트하우스 주변 해변에서 20대 여성관광객 B씨를 성폭행하려다 상처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B씨의 일행으로부터 신고를 받고 다음날 0시35분께 B씨를 긴급 체포했다. B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술이 너무 취해서 그런 행동을 한 것 같다”며 일부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A씨와 B씨는 이날 오후 7시 30분께 투숙객들과 함께 술을 마시면서 알게 됐다.

제주 게스트하우스를 돌아다니며 여성들을 성추행한 30대 남성에게는 실형이 선고됐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제갈창 부장판사)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주거침입준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C씨(35)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고 8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했다고 19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8월 15일 오전 3시 35분께 제주시 한림읍 협재리 한 야영장 해먹에서 잠을 자고 있는 여성 B씨(32)의 신체 중요부위를 만졌다. 3일 뒤에는 제주시 한 게스트하우스에 무단 침입해 잠을 자고 있는 C씨(24·여)의 신체 중요부위를 만지는 등 강제추행을 일삼았다.

A씨는 같은해 9월 9일 오전 2시 40분께도 제주시 소재 게스트하우스에 무단 침입했다.

재판부는 “성폭력 치료프로그램의 이수명령을 부과하는 것만으로도 피고인의 재범을 방지하고 그 성행을 교정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검찰이 청구한 전자발찌 부착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제주 게스트하우스에서 성범죄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11일에는 20대 여성 투숙객이 게스트하우스 관리자에 의해 성폭력을 당한 뒤 살해된 채 인근 폐가에서 발견돼 전국적으로 충격을 안겼다.

이후 제주도와 경찰은 ‘안전 인증제’ 등 게스트하우스 안전 종합 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계속되는 성범죄로 당분간 제주 게스트하우스에 대한 불안감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