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의 제주 제2공항 추진 과정을 보면 과연 소통과 정의를 추구하는 문재인 정부의 부처인가를 의심케 한다. ‘기회는 균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롭게 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선거공약에 부합하지 않은 독주적인 행정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의 국토부는 절차적 정당성 없이 제2공항 후보지를 일방적으로 발표해 주민들의 반발과 원성을 샀다. 하지만 새로 들어선 문재인 정부의 국토부도 별반 다를 바 없이 같은 방법으로 제2공항 건설사업을 강행하고 있다. 공정한 과정을 통한 사업 추진을 기대했던 제2공항 예정지인 서귀포시 성산읍 현지 주민들이 실망감을 갖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국토부가 제2공항성산읍반대대책위원회와 도민행동의 요구를 받아들여 공항 입지 사전 타당성을 다시 조사하기로 한 것까지는 좋았다. 그러나 타당성 재조사를 거친 뒤 추진해야 할 기본계획 용역을 일괄 발주했다. 누가 보더라도 공정한 절차가 아님을 알 수 있다.

게다가 기본계획을 수립할 용역회사를 사전 타당성 검토 용역을 맡았던 ㈜유신에 다시 맡겨 더 큰 주민들의 분노를 샀다. 어떻게 해서든 제2공항 건설을 강행하겠다는 꼼수가 아닐 수 없다. 국토부는 반대대책위가 제시한 지역주민 500인 이상 참여하는 제2공항 검토위원회 구성과 관련해서도 전문가 20인으로 임의 결정해 버렸다. 여기에 부지 보상 및 주민 이주 계획을 위한 용역까지 착수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키우고 있다.

국토부의 일련의 행위는 과거 권위주의 정부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이해 당사자인 주민들의 의견(피해)은 무시하고 어떻게 해서든 밀어붙이다 보면 된다는 기존의 권위주의 사고와 행동에서 벗어나지 못한 결과다. 국토부는 이제라도 공정한 과정과 결과의 정의를 수용해야 한다. 주민들이 반대하면 그대로 따르는 게 ‘결과의 정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