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와 지방분권은 바늘과 실의 관계와 같다. 완전한 형태의 지방자치는 기초단체와 광역단체가 공존해야 하며, 성공적인 지방분권은 중앙정부의 권한을 얼마나 많이 이양받느냐에 달렸다. 제주도는 동북아 환경수도 등 특별자치도 비전 정립과 헌법적 지위 확보 등 특별자치도의 제도적 완성을 위한 분권 모델을 구체화하고 있다. 하지만 지방자치의 기능과 본질이 양립하지 않은 모델이다.

제주도가 추구하는 분권 모델은 주민과의 소통이 가장 원활한 기초자치단체가 배제된 광역단체만을 대상으로 했다. 폐지된 기초단체를 부활해 제대로 된 지방자치를 실현할 생각은 하지 않고 중앙권한의 지방분권과 특별자치도의 헌법적 지위 확보만 외치고 있다.

사실 제주도의 경우 지방분권 주장은 큰 의미가 없다. 특별자치도 시행 이후 이미 4500여 건의 중앙정부 권한이 위임된 상태다. 특별자치도의 성공을 위해 국세의 대폭 이양 등 예산의 차별적 지원 여건을 위한 헌법적 지위 확보는 바람직하다. 하지만 기초자치단체가 없는 제주의 경우 더 이상의 지방분권 강화는 광역단체인 제주도를 무소불위의 기관으로, 도지사를 더 제왕적 도지사로 만들 뿐이다.

6.13지방선거는 지방자치의 본질인 풀뿌리민주주의를 누릴 수 있도록 폐지된 기초단체를 부활하는 문제를 집중 거론하고 실현하는 선거가 돼야 한다. 아직까지 이 문제에 대해 언급한 도지사 예비후보는 없다. 특별자치도의 전제조건이 시·군 폐지는 아니었다. 기초단체 폐지는 도지사의 권한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탄생한 것 뿐이다.

때문에 도지사와 도의원 후보들이 제주특별법을 개정해 기초단체를 부활하겠다고 공약해도 전혀 이상할 일이 아니다. 기초단체장 권한까지 갖겠다는 도지사의 권력욕과 기초단체와 기초의회의 영역까지 관장하겠다는 도의원들의 탐욕만 버리면 기초단체의 부활은 얼마든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