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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중순 모일간지에 2003년 북한을 탈출한 오사카 출신 재일동포 탈북자 고정미가조총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기사가 난적이 있다.
그녀는 “당시 재일동포 북송(北送)은 북한과 조총련의 사기극에 동포 9만명이 속아 넘어간 유괘사건이었다”고 말했다. 59년을 기점으로 71년 조.일(朝日)간 초대 만경봉호(萬景峰號)가 등장하고 나서 84년까지 93,340명(일본인 처등 6,000여명 포함)이 북한으로 건너갔다. 하지만 북한과 조총련의 합의만으로 북송사업이 이루어 졌을 리는 없다. 일본우익의 ‘미운 놈 내쫓기’와 좌익의 ‘사회주의 우월성 선전하기’가 잡종교배된 추방작전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재일동포의 북송은 일본정부의 전폭적인 지지 하에 이루어졌다. 58년 당시 재일동포 생활보호대상자가 무려 8만1천명 이었다고 하니 이는 전체 재일동포의 13.3%를 차지했다. 일본에는 3대 이지메(왕따)집단이 있다. 첫 번째가 일본 원주민인 아이누 족이고, 두 번째가 재일동포이며, 세 번 째가 오끼나와 인이다. 첫 북송이 이루어지던 1959년 12월14일 오후 2시, 975명의 재일동포들이 두 척의 여객선에 나눠 타고 북한으로 향하던 날, 니카타 항에는 수많은 일본경찰들이 도열해 환송을 거들었다. 63년 입북(入北) 이후 40년만인 2003년 두 아이(아들 하나. 딸 하나)를 북에 남겨둔 채 탈북한 고정미씨의 험난한 삶은 한 개인의 인생역경이라기보다는 우리 한민족(韓民族)이 걸어온 비극의 서사시이다.
일본 오사카(大阪)에서 태어난 고정미(高政美)씨는 1963년 10월18일 제 111차 북송선을 탔다. 고향이 제주도인 고씨의 아버지는 조총련 간부로 재일동포 북송사업 실무를 담당했던 골수 김일성숭배자였다. 그는 지상낙원 북조선으로 재일동포들을 보내 주기만하다 63년 직접 가족(아내. 아들. 딸)을 데리고 북한으로 귀국했다. 그녀에 따르면, 그들의 꿈은 북한 청진항에 도착하는 즉시 산산이 깨어지고 말았다. 당시 10대 소년으로 철부지였던 오빠가 황량하기 짝이 없던 청진항을 보자마자 다시 일본으로 돌아가겠다고 보챘고, 그 자리에서 인민군에 끌려간 오빠는 5년 후 어느 산골수용소의 철창 앞에서 다시 만날 수 있었다. 머리는 허리까지 내려오고 피골이 상접한 처참한 모습은 사람이라기보다는 짐승의 형상에 가까웠다. 3년 후(71년) 시신도 없이 사망통지서만 받았다고 한다.
조총련은 당시 최하층 재일동포들을 집중적으로 찾아내 북한행을 회유했고 예상대로 넘어갔다. 문제는 조총련 간부였던 고씨의 아버지가 어째서 북한의 실상을 그리도 몰랐을까하는 점이다. 필자는 중국에서 가짜 대학교수를 만난 적이 있다. 모두들 그를 진짜로 믿었지만, 가장 크게 믿은 이는 바로 당사자였다. 거짓말을 하다 스스로 최면에 빠진 것이다. 좌파에게 사회주의는 일종의 사이비 종교와 같다. 맹신에 빠지면 분별력을 상실하게 된다. 멀쩡한 지성인도 어느 날 사랑에 빠지면 분별력을 상실하지 않는가? 물론 영악한 사회주의자도 있다. 작금 우리나라에서 활개치는 좌파이다. 절대로 북한에 귀화하지 않는다. 북한의 실상을 잘 알기 때문이다. 다만 내가 가진 것보다 남이 가진 것이 더 많으면 배 아파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언젠가 소설가 박경리 선생이 한 말이 있다. 일제 강점하의 공산주의자 가운데 상당수가 인텔리나 로맨티스트였다는 것이다. 이들은 공산주의를 독립운동의 연장선으로 보았다. 그러나 6.25전쟁을 계기로 공산주의는 달라졌다. 공산주의 체제하에서 인텔리는 그저 소모품(expendable)이었다. 그때 낭만에 젖어 월북한 지식인 중에 자연사(自然死-제명대로 살다 죽은)한 사람은 단 한사람도 없다. 모두 김일성에 의해 숙청되었다. 절세의 미인 무용수 최승희마저 늙어 쓸모가 없게 되자 결국 숙청되었다.
지난달 열린 제9차 ‘북한인권난민국제회의’에서 북송선을 탓다가 북한을 탈출한 재일동포문제가 공식제기 되었다. 다시 일본으로 돌아간 재일동포가 약 200여명이라 한다. 일본정부는 정식망명은 허용하지 않는 대신 ‘특별체류허가’형식으로 이들을 조용하게 받아들였다. 일본사회 속에서 재일동포들이 겪는 차별을 고씨가 모를리 없지만, 극좌파가 활개치는 남한보다 차라리 일본을 택했다고 한다.<신진우/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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