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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의사들, “제발 월급을 깎아달라”
임창준  |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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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3.22  14:5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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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창준 객원논설위원
캐나다 의사 1000여 명이 올해 자신들의 임금인상이 결정되자 이에 적극 반대한다는 성명서를 제출해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캐나다 의사협회(MQRP)에 소속한 공공 의료기관 의사들은 최근 들어 성명서를 통해 이런 뜻을 모아 공개한 것이다.

성명서는 간호사와 병원사무원들의 노고를 치하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러면서 정부는 의사들의 임금 인상을 즉시 취소하고, 의료 서비스가 필요한 시민들에게 의료혜택이 골고루 돌아갈 수 있도록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고 적극 강조했다. 이런 활동은 퀘벡 주(洲)를 중심으로 일고 있는데, 전국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성명서는 이어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환자를 비롯해 간호사, 사무원들의 고통에도 불구하고 의사 월급만 올리는 것은 의료인으로서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캐나다 의사들이 사실상 자기들의 기득권을 스스로 깨겠다고 나선 것이다.

‘돈똑’에 푹 절여 의료를 잘 모르는 환자들에게 갖가지 구실을 붙여가며 어떻게 해서든지 과다한 경비를 뜯어내려는 우리나라 일부 의사들과는 극명하게 비교된다. 

이런 소식을 접하면서 필자는 우리나라 국회의원과 민노총이 자신들의 월급을 일정부문 깎아달라는 뉴스가 보고 싶어진다. 그게 비록 망상일지 몰라도….

우리나라 국회는 ‘기득권의 제왕’으로 불린다. 입법권이라는 막강한 권력을 통해 여야는 똘똘 뭉쳐 외부로부터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켜나간다. 여러 정쟁(政爭)으로 서로 얼굴을 붉히며 치고 박던 여당과 야당도 자신들의 기득권 지키기에는 그야말로 일심동체다. 지난해 12월 국회는 법정시한을 넘겨 예산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올해 국회의원의 세비(급여)를 2.6% 인상했다. 20대 총선 당시 여·야의 한결같은 급여삭감 공약은 온데 간대 없이 한낱 공염불에 그쳤다. 여기에다 국회의원 1명당 보좌진 인원을 기존 7명에서 8명으로 늘리는 내용의 국회의원수당법 개정안을 다른 법안에 살짝 끼어넣어 통과시켰다. 여기에도 수십억원의 예산이 든다.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을 쌍심지 켜고 낭비성·선심성 예산이 없는지를 훓어보고 삭감해야 할 국회의원들 스스로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선 도리어 예산낭비를 조장한 것이다. 자신들의 급여를 깎아달라는 캐나다 의사들과 좋은 대조를 이룬다.

미국과 유럽의 갑부들이 세금을 더 내겠다고 정부에 요구한 것도 또한번 눈길을 끈다. 미국의 대표적인 부유층 록펠러가문의 후손과 월트 디즈니의 손녀 등 뉴욕 주에 거주하는 갑부 60여 명이 “세금을 더 내겠다”며 지난해 주지사와 의회에 청원서를 냈다. 이 갑부들은 “소득 상위 1%를 대상으로 증세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상위 1% ‘부유세’ 도입을 청원했다. 이들은 이어 “(부유층은) 뉴욕 주 주민으로서 경제적인 혜택을 누린만큼 이에 상응하는 공정한 몫을 사회에 다시 환원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어린이 빈곤과 노숙자 문제, 낡은 교량, 터널, 상수도, 도로 등 사회기반시설 보수 등에 재정을 추가로 투입하는 것이 필요하고, 소득 상위자의 1%를 대상으로 증세해야 한다고 간곡히 요구했다.

청원서에 서명한 갑부들에는 월트 디즈니의 손녀 아비게일 디즈니와 록펠러 가문의 5대손인 스티븐 C.록펠러, 사모투자전문회사(PEF)인 인터미디어를 설립한 레오 힌더리, 투자의 귀재(鬼才) 워렌 버핏 등이 포함돼 있다.

로마제국부터 르네상스까지 이탈리아를 지탱한 것은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의 힘이었다. 지성은 그리스인보다, 체력은 게르만 민족보다, 기술은 에트루리아인보다, 경제력은 카르타고인보다 각각 뒤떨어졌지만 로마는 지도층과 가진 자들의 도덕성과 솔선수범으로 찬란한 문명의 꽃을 피운 것이다. 이처럼 높은 수준의 사회적 분위기와 문화가 있었기에 ‘2000년 로마’가 융성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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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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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다
카나다 의사들 정말 대단하네요 잘 꾸려진 글 잘보고 갑니다.
(2018-03-23 20:00:45)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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