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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 차이
강순복  |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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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3.27  10:4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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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순복 동화작가
봄에 눈이 왔다. 늦은 눈에 붉은 동백이 울고 있었다. 하얀 눈을 뒤집어쓴 동백꽃을 보며 꽃의 마음이 궁금해졌다. 하지만 동백꽃이 진심을 알 수 없다. 늦은 눈이 내려서 좋은 건지 싫은 건지.

눈으로 보는 입체의 본심도 모르는데 하물며 글로 쓰인 내용의 본질을 파악하기가 어디 그리 쉬울까. 나 아닌 상대에 대한 두려움, 보이지 않은 존재가 얼마나 무서운지를 더 깊게 알게 됐다. 글이란 쓰는 이와 읽는 이가 다르고 높낮이가 없으므로.  높낮이가 있는 말도 진실을 알기에는 그리 녹록치 않다. 듣는 이와 말하는 이의 감정과 느낌은 지문이 다르듯이 다르므로. 그래서 우리는 대화를 나누고 토의를 하고 차이를 좁혀가면서 드디어 같은 목적에 다다르기도 한다. 하나의 관점인데도 표현하는 방식과 관습의 차이로 빚어지는 결과 때문에 상처를 준 사람은 모르고 받은 사람은 속상하고 가슴이 저리다. 정확히 상처를 준 것이 아니라 받은 것이다.

차이로 인한 문제는 글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엊그제 노인대학 봉사를 하면서 있었던 일이다. 점심시간 식사를 준비해 드리노라면 서로 먼저 달라는 어르신들이 꽤 계시다. 몸이 불편한 분들이 식판을 나르다가 실수를 하기도 해서 봉사자들이 식탁 위까지 날라다 드리는데 밥과 반찬을 다 날라다 드리고도 국을 드리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식사를 준비하는 첫째 목적이 어르신들을 위함이다 보니 필자는 어르신들께 오롯이 먼저 대접하고 싶은 마음에 직원들이나 그 외 타 부서에서 봉사하시는 분들에게는 기다려 달라고 양보를 요구했다. 어르신들부터 먼저 드리자고.

그런데 한 젊은 분이 밥 접시를 들고 와서는 국을 달라기에 젊은 사람은 좀 기다렸다 먹자고 했다. 어르신들부터 먼저 드리자고. 어르신들의 재촉에 봉사자들이 국을 나르려고 줄을 지어 서 있는 상황이었던 걸 그 분은 미처 몰랐던 것이다. 밥 접시가 놓여 있어서 배식이 다 끝난 줄 알고 어르신 배식이 채 끝나기 전에 국을 달라고 하려던 순간이었다. 그분이나 필자나 상대방의 입장과 생각을 모르는 상태에서 빚어진 결과다. 그리고 열 그릇 정도의 국을 다 배식하고 난 후 이제 오시라고 그분을 찾았는데 보이질 않았다. 그 분이 봉사하는 북 카페로 데리러 가보니 그 일행들은 이미 식사를 하고 있었고.

일단은 돌아와 어르신들을 배웅하고 끝난 후 북 카페로 가서 그 분께 아까는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려고 뒤에서 어깨에 살포시 손을 얹고 아까는 하고 말하려는 찰나, 동료분이 갑자기 눈물을 보이며 저로 인해 상처를 받았다는 둥 속상하다는 둥 한두 번이 아니라는 둥… 사과를 받으려 하지 않았다. 뭐지? 이 상황이. 내가 뭘 잘못했는지 도무지 알지 못했지만 일단은 저로 인해 속이 상하셨다니 사과를 드린다 한 후에 되물었다. 당신이 제 입장이라면 어떻게 했겠냐고. 나는 다만 어르신들을 위해 준비한 음식을 어르신부터 드린 후 먹자고 했던 것인데….

하지만 여기서 차이를 알게 됐다. 그분은 식탁에 밥 접시가 놓인 걸 보고 배식이 끝난 줄 알았다는 거다. 하지만 이미 감정은 양쪽 다 상한 상태였다.

서로가 시간 쪼개 봉사하러 가서 마음이 속상하고 다쳤는데 그 원인이 뭘까? 서로의 처지를 생각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문제, 상대방의 입장을 먼저 살펴야 함에도 그러지 못한 나의 불찰로 치부해 버렸다. 사람들과 부대끼며 산다는 건 아무리 조심해도 마찰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것을 깨닫고 회피하고 싶은 마음도 들지만 나는 공손히, 그리고 정중히 사과했다. 제가 제주도 사람이라 살갑게 표현하는데 서툴고, 그리고 부드럽게 조근조근 말할 상황은 아니었지 않냐 그러니 이해를 하시라.

다음부터는 어른들이 먼저 드시든지 젊은이가 먼저 드시든 절대로 간섭 같은 거 하지 말아야겠다. 다짐하면서 아픈 하루로 마감했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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