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대수 의학박사

요즘 한낮의 날씨는 벌써 더위를 느낀다. 엊그제 까지도 추웠고 들판에 고사리도 올라오지 않은 시기인데 봄을 건너 뛰고 여름에 든 것 같은 변덕스런 날씨가 농어와 같은 루어 낚시꾼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음식도 계절에 따라 풍미가 다르기 마련인데 생선은 더욱 그렇다. 흔히 봄 조기, 여름 농어, 가을 갈치, 겨울 동태라고 농어를 여름철(6∼8월) 생선의 첫손에 꼽는다. 여름철에 많이 나는 농어는 몸길이 50∼90cm 정도로 몸은 길고 옆으로 납작하며 입은 크다. 물고기의 전형적인 모습을 갖춘 ‘8등신’으로 불릴 만큼 날씬한 몸매를 갖고 있다. 이 때문에 물고기의 형태를 연구하는 학생들의 실험대에 자주 오르는 수난을 겪기도 한다. 정약용(丁若鏞)의 “아언각비(雅言覺非)에 의하면 농어의 한자식 이름인 노어를 ‘노응어’라고 적었는데, 농어라는 이름은 여기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남 통영 지방에서는 농예, 전남 순천과 장흥에서는 몸통에 검은 점이 많고 작은 놈을 깔따구, 껄떡이 등 다양한 이름을 갖고 있다. 어린고기에서 성장할 때까지 크기에 따라 이름이 바뀌는 물고기를 출세어(出世魚)라고 부르는데 농어, 숭어, 방어 등이 여기에 속한다. 성장 시기에 따라 여러번 이름이 바뀌어 이름이 바뀌는 것이 우리들이 사회에서 과장, 부장, 상무 식으로 승진처럼 느껴지게 해서 나온 말이다. 일본에서는 스즈키라고 부르는데 일본에서 스즈키 성씨가 많은 탓에 일본을 대표하는 물고기라 말하기도 한다. 

농어에 얽힌 이야기와 속담도 많다. 농어는 예로부터 사람에게 ‘길(吉)한 물고기’로 대접받았는데 주나라 무왕이 천하를 통일하고 전쟁에 승리한 이유가 정벌을 위해 바다를 건널 때 농어가 배 위로 뛰어오르는 ‘좋은 징조’를 보였기 때문이라는 말이 입으로 전해 오고 있다. 일본의 고사 중에는 “가을 천둥 소리에 놀라 농어가 깊은 바다로 도망간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가을철이 되면 바다로 되돌아가는 농어의 생태를 정확하게 짚은 말이라 할 것이다.

농어의 산란기는 10월에서 이듬해 3월까지이며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기수지역이나 강의 하구에 부유성 알을 낳는다. 부화한 어린 농어는 봄과 여름철에 하천의 하구로 거슬러 올라오기 시작하는데 8월초에는 강 하구와 상당히 가까운 거리까지 접근하다 9월 중순이 지나 수온이 내려가면 겨울 채비를 외해 깊은 바다로 이동하기 때문에 가까운 바다에서는 농어를 찾아보기 힘들다.

한방에서는 농어를 오장(五臟)을 튼튼하게 하는 음식으로 꼽고 있다. 허준의 동위보감에는 “오장을 보하고 위를 고르게 하며 힘줄과 뼈를 튼튼하게 하는데 회를 쳐서 먹으면 더 좋은데 많이 먹어야 좋다”고 적고 있다.

식료본초(食療本草)에는 “임신 중 특히 초산부에게 농어를 먹이면 좋고 하혈이나 복통 같은 것이 일을 때는 시원하게 국을 끓여 먹으면 지혈과 안정이 된다”고 소개했다. 농어에는 흰살 생선이지만 지방이 많고 비타민 A, D가 풍부하며 각종 필수 아미노산도 많이 들어있다. 어린고기보다는 성장할수록 더 맛이 깊어진다. 연안으로 들어오는 멸치를 잡어 먹기 위해 수심 1m 되는 곶까지도 들어오기도 한다. 농어의 위를 조사해 보면 베도라치(제주도 방언 보들락) 까지도 들어있는 것으로 보면 농어는 공격성이 강하고 탐식성이 강한 어종이다. 올 봄에서 여름까지 제주연안을 찾아오는 농어로 제주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