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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제왕. 전직=죄인’ 대통령인 한국
임창준  |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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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4.05  16: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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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창준 객원논설위원

한마디로 참담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구속됨으로서 두 전직 대통령이 감옥에서 생활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수갑을 찬 채 초췌한 모습으로 법정에 이끌려나오는 모습을 본 국민들은 불과 1년 새 또 한명의 전직 대통령에게서 똑같은 광경을 목도해아만 했다.

한국정치는 1987년 민주화 이후 전두환· 노태우씨를 비롯해 4명의 전직 대통령이 구속돼 유죄판결을 받은, 그 어느 세계 정치사에서도 없는 부끄러운 역사를 쓰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퇴직후 부패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았고 자살하지 않았다면 사법처리가 됐을지 모른다.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들의 경우 가족들이 부패 혐의로 처벌됐다. 현직때는 무소불위(無所不爲)의 막강한 권력을 누렸지만 정작 전직(前職)되면 처참한 죄인이 되는 이 나라 대통령들의 말로가 비참하고 암울할 뿐이다.

요즘 돌아가는 상황으로 봐선 박근혜. 이명박의 유죄판결, 그것도 10년 이상의 중형판결이 확실시 된다는 것이 법조계의 대체적 시각이다. 국민 1인당 GNP 3만 달러를 목전에 둬 선진국의 문턱에선 우리 민주국가에서 벌어지는 추잡하고 난장판 역사다. 더욱 해괴한 것은 이 전 대통령이 자신이 영어(囹圄)의 몸이 된 것은 현 정권의 정치적 보복 때문이라고 한결같이 우기는 점이다. 검사가 구치소를 방문, 추가 조사를 하려고 해도 오로지 정치보복에 의한 표적 수사라며 아예 조사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자신의 혐의를 극구 부인하면서 교묘하게 정치보복론(論)을 내세우며 우며 방패막이 삼아 수사자체를 거부하는 건 전직 대통령의 품위마저 스스로 훼손하는 일이다.

문재인 정부가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선 개인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별다른 앙금이 없었다는 게 중론이다. 대선에서 두 사람이 서로 맞서 싸워 본적이 없다. 또 문 대통령이 이 전 대통령과 여태까지 정쟁(政爭)이나 개인적으로 크게 대립각을 세워 본 일도 없다. 따라서 이 전 대통령이 정치적 보복 수사 운운하는 건 설득력이 떨어진다. 수사거부도 위법은 아니지만 전직 대통령으로서 모양새가 썩 좋아보이진 않는다.

설사 검찰의 정치적 표적 수사를 주장할 소지가 있다 해도 검찰이 없는 죄를 만든 것이 아닌 이상 이 전 대통령을 정치 보복의 희생양으로 규정할 논거(論據)는 될 수 없다. 이씨가 철창에 갇힌 것은 검찰이 구속영장에 써넣은 뇌물수수, 횡령, 조세포탈, 직권남용 등 14개 혐의의 상당 부분이 사실에 부합할 것으로, 독립기관인 법원이 판단한 결과물에서 나온 게다. 이씨는 뇌물 수수와 관련해 삼성전자로부터 받은 다스의 미국 소송비 585만 달러(68억원)를 비롯, 111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와, 자신이 실소유주인 다스에서 339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빼돌리는 등 총 350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는 터다. 범죄 하나하나가 충격적이다. 여기에 더해 이씨의 부인 김윤옥 여사도 수억원의 뇌물과 고가의 명품 가방을 받은 혐의가 나와 아연실색 해진다. 그저 사실이 아니길 바랄뿐이다.

한때 이명박 정권의 충견 노릇을 했던 정두언 전 국회의원이 “이 전 대통령에게 돈은 일종의 신앙이었고 병적이었다”는 폭로가 결코 빈말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한다. 대통령 자리를 그저 뇌물 받고 이권이나 개입하는 곳으로 여겼던건가.

그 많은 언론들도 이씨의 범죄혐의 가운데 일부만이라도 밝혀내거나 눈치채지 못했다. 언론이 정작 이씨의 부정축재의 일면이라도 찾아내 노출시켰다면 국민들은 그를 선택하지 않았을게다. 언론의 역할을 곧잘 ‘파수견’에 비유한다. 언론은 정치. 사회 등 각 분야의 비리나 부조리를 매 같은 예리한 감시의 눈으로 찾아내 세상에 밝혀내야 할 의무가 있다. 이런 점에서 언론도 이씨의 비리를 키우는데 한 몫 한 것을 부정할 수 없다. 당선자의 수준은 유권자의 수준이라고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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