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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 지네, 다시 동백꽃 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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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4.12  10:3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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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희성 농부시인
도시로 나오면 눈치가 는다. 봄이면 강의며, 출판물 기획작업 일로 상경해 며칠씩 머무르는데, 여전히 거북한 게 도시에 들어서면 기계 눈치·사람 눈치 등 이것저것 눈치를 봐야 한다는 점이다.

주로 지하철을 이용하는데, 기관차의 소음과 경로석에 앉아 ‘태극기 집회 얘기’에 열을 올리는 노년들의 의기투합은 그래도 견딜만하다. 문제는 하나같이 이어폰을 끼고 스마트폰과 열애중인 남녀노소 틈에 끼어 이방인처럼 멀뚱거리는 내 자신을 견뎌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극심한 소통(?)과 극심한 단절(?)의 이 기막힌 부조화를 여러 날 겪고 나면 하루빨리 제주로 돌아오고 싶어진다.

그래도 이번 서울행은 소득이 있었다. 내려오기 며칠 전이 4·3이었고, 나는 그 며칠 전 이미 제주 4·3 70주년 추념식에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해 추념사를 할 것이라는 얘기를 이런저런 경로를 통해 들었던 것이다.
가슴이 울컥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는 대통령’이란 생각에 고마웠다. 이 봄에 피다 지는 동백꽃 저 붉은 빛이 올 봄부터는 ‘설운 봄 핏빛 외침’에서 벗어나 ‘님하! 기억하리오다!’라는 남은 자들의 절절한 헌사로 바뀔 수도 있다는 기대마저 들었다.

<제주4·3사건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2000년 1월 노무현 정부 당시 제정)은 ‘제주 4·3’을 ‘1947년 3월∼1948년 4월 발생한 소요사태 및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충돌과 진압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1947년부터 2018년까지 70년이 흘렀다.

그 세월 동안 ‘잠들지 않는 남도 한라산이여!’ 같은 헌사는 금지곡이었다. 미 군정과 이승만 정권이 제주 땅에서 저지른 전대미문의 제노사이드(3만명 사망 추정)는 조선 때 출도금지령으로 제주사람의 발이 이백년간 묶였듯, 제주사람의 핏빛 한이 되어 70년간 ‘제주에 갇혀’ 있었다. 
  
그 사이 목숨을 내놓고, 정의의 편에서 ‘광야의 소리를 외치는 사람들이 있었다. 희생자 유족들의 피해보상과 진상규명을 위해 하나 둘 징검다리가 놓여졌다.

▲1978년 작가 현기영, 4·3사건을 다룬 소설 <순이삼촌> 발표(중앙정보부에 끌려가 모진 고초 당함) ▲1989년 5월 제주 4·3연구소 설립, 피해자 및 유족 채록집 <이제사 말햄수다> 출간 ▲1993년 제주도 의회 <4·3 특별위원회> 구성, 피해 신고 접수 ▲김대중 후보, 1997년 12월 대통령선거에서 4·3사건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공약 ▲1999년 12월 16일 국회 본회의,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통과 ▲특별법 제정 이후 <제주 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 위원회>(4·3위원회) 구성 : △진상조사보고서 작성과 확정 △희생자와 유족 신고접수 및 결정 △4·3평화공원 조성과 4·3평화기념관 건립 △희생자 유족의 의료지원금 지원과 후유장애인에 대한 생활지원금 지급 등 사업 추진 ▲2003년 10월 15일 4·3위원회 발간, <제주 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 정부 공식 보고서로 확정 ▲노무현 대통령 10월 30일 제주도 방문, 보고서를 토대로 과거 국가권력의 잘못 공식 사과(4·3사건발생 55년 만) ▲2005년 1월 27일, 제주도 ‘평화의 섬’으로 공식 지정 ▲2014년 3월, ‘4·3희생자 추념일’ 법정기념일로 신규 지정 ▲같은 해 4월 3일 추념식, 여야 정당대표를 비롯해 희생자 유족과 시민 1만 여명 참석.

그리고 올해 70주년 추념식에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참석했다. 추념사를 통해 대통령으로서 사과와 감사를 전하면서, 행방불명인 표석을 참배하고 위령비에 동백꽃을 헌화하기도 했다. 

이제 징검다리 몇 개만 더 놓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궁극은 당연히 온전한 진상규명을 통한 명예회복 등 4·3의 완전한 해결이다. 아직 정명이 이뤄지지 않아 백비(白碑)로 남아 있는 ‘제주 4·3’에 온당한 이름을 붙여주는 일도 숙제다. 특별법에서는 임시방편으로 ‘사건’으로 해놓았다.
 
<4·3 70주년 기념 제주 방문의 해>에 제주를 찾는 님들이여!

이번만큼은 추념의 행로로 꼭 ‘제주4·3평화공원’(제주시 명림로 430)을 찾아 추념하시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기념관 중앙에 놓인 백비에 어떤 이름을 붙여야 제주 4·3이 비로소 ‘지지 않는 붉은 동백꽃’으로 피어날 수 있을지 한번 헤아려 주실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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