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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한 건 공약이 아니라 공론장이다
김준표  |  박사/제주대 사회학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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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4.17  10:3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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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표 박사
김광수 교육감선거 후보자가 연합고사 부활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연합고사를 폐지하고 내신점수로만 8개 평준화일반고등학교 입학생을 선발하는 것은 다시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던 한 사람으로서 연합고사 부활 공약이 솔깃했다. 관련 기사들을 찾아보다가, 한 가지 툭 걸리는 부분이 눈에 들어왔다. 제주형 연합고사 자체출제라니… 제대로 관리할 수 있을까? 내신시험과 다를 바 없는 문제가 만들어지지나 않을까 우려되는 마음이다. 재선 도전이 확실시되는 이석문 교육감은 분명 연합고사 부활에 반대할 것이다. 연합고사 부활이 김광수 교육감선거 후보자의 공약으로 등장한 이상, 6월 교육감 선거 결과에 따라 연합고사는 폐지될 수도 있고 부활될 수도 있다. 교육감 선거가 오랜만에 쟁점 토론으로 뜨거워질 듯하다.

이석문 교육감의 연합고사 폐지는 서열화된 현재의 고교체제를 진정한 의미의 평준화로 전환하겠다는 의지의 첫걸음으로 이해된다. 반면 김광수 교육감선거 후보자의 연합고사 부활은 학교 서열화가 파괴되는 것에 대한 대응논리로 읽혀진다. 유권자는 서로 다른 이유로 같은 후보를 지지할 수 있기에, 연합고사 부활을 반대하면서도 다른 어떤 이유로 김광수 교육감선거 후보자에게 투표할 수 있다. 그 경우, 만일 김광수 교육감선거 후보자가 당선돼 공약이었음을 들어 연합고사를 부활시킨다면 유권자의 뜻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따라서 선거공약은 선거과정의 정책토론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선거가 끝나고 누군가가 당선됐을 때, 선거과정의 정책토론의 쟁점이었던 공약들을 그대로 집행하는 것이 아니라 공론장에서 다시 한번 토론하고 또 토론해 합의점을 찾아내야 한다. 선거전의 공약에 얽매이는 것이 아니라 선거후에 공론장의 토론을 통해 수정될 수도 폐기될 수도 집행될 수도 있어야 살아 움직이는 민주주의라 할 수 있지 않겠는가?

다행인 것은 이석문 교육감과 김광수 교육감선거 후보자 모두 고교체제 개편에 동의하고 있다는 점이다. 교육감 선거과정을 통해 충분한 공방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단순한 연합고사 부활과 폐지만이 아니라 고교체제 개편안들을 제시하고 날 선 토론을 전개해주기 바란다. 당선된다면 반드시 공약을 이행하겠다는 의지가 아니라, 당선된 후 충분한 민주적 토론을 위한 공론장에 대해서 먼저 약속해주기를 희망한다.

지나온 선거들을 돌이켜보면, 선거철에 쏟아지는 공약들이 두려워진다. 이명박은 4대강사업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당선 후 이를 밀어붙이지 않았던가? 문재인은 사드배치 이전에 공론화 및 국회비준 과정을 약속하고서도 당선 후 공론화 과정이 없는 상태로 사드배치가 결행되고 있지 않은가? 제주 제2공항에 대해 조기개항을 공약했으니 제2공항은 결국 관철될 것인가? 공약의 이행과 폐기가 당선자의 뜻에 따라 고집되거나 달라질 수 있는 것이라면 선거공약은 사실상 무의미한 것이다. 따라서 선거과정에서 유권자가 후보들에게 요구해야 할 것은 공약이 아니라 공론장이다.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것 역시 공약이 아니라 공론장이다. 꼭 필요한 단 하나의 공약이 있다면, 당선 후에 공론장을 활성화시켜 민주주의가 살아있게 하겠다는 약속이다.

덧붙여서, 어떤 사람들은 정책선거를 해야 한다며 공약으로 제시하는 정책들을 따져보라고 하지만 필자가 알고 싶은 것은 후보자들의 정책이나 공약이 아니다. 후보자 개인의 인성과 후보자를 내세운 정당의 됨됨이를 알고 싶다. 약속을 지키는 사람인지, 사욕을 채우는 사람은 아닌지, 고집스럽게 밀어붙일 사람은 아닌지, 공론장의 합의를 자신의 의지보다 더 존중할 사람인지, 민주적 토론이 살아있는 정당인지, 상명하복의 가부장적 군대문화로 일사불란한 정당은 아닌지, 이런 걸 알고 싶다. 출마하는 후보자들은 자신의 인간성을 공약보다 먼저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또한 유권자들의 후보검증 시스템이 미흡한 상황에서 후보자들끼리 신랄한 비판으로 상대 후보들을 검증해주었으면 좋겠다. 선거는 공개적 검증 과정이므로 후보들 모두 성실히 응답해주었으면 좋겠다. 네거티브라 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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