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보미

사계절 중 맨 첫 번째로 운을 떼는 계절인 봄. 봄은 한 해가 시작된 후 두어 달 지나고 나서야 찾아오는 계절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모두 봄을 한 해의 시작이라고 느낀다. ‘첫-’이라는 접두어와 참 잘 어울리는 봄이 되면 설레는 마음으로 대학 교정에 첫 발을 내딛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문헌정보학 전공의 첫 수업은 ‘문헌정보학의 이해’라는 필수 전공과목이었는데 수업 내용은 각 학문의 분야마다 꼭 읽어야 할 고전과 그 저자에 대한 내용으로 ‘문헌정보학의 이해’라는 과목명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수업 중반쯤이었을까. 교수님은 우리 사회 모두가 일정 수준의 책을 다 읽었다는 전제로 소통이 이뤄진다면 사회적 비용과 시간을 절감할 뿐만 아니라 동시에 그 소통의 깊이 또한 얼마나 깊어질 수 있을까 하며 우리 사회에도 지식의 밸라스트 워터(Ballast water)가 필요하다고 했다. 나는 그때서야 수업의 의미를 알 수 있었고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한 도서관의 역할과 사서로서의 사명감을 다시 한 번 마음에 새길 수 있었다.  

밸라스트 워터(Ballast water)란 선박 평형수로, 선박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선박 내부에 싣는 물을 말한다. 이 선박 평형수로 무게 중심을 맞추면 선박이 적당히 수면에 잠겨 복원력과 추진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선박의 중심을 잡고 원활한 항해를 돕는 역할인 밸라스트 워터의 순기능은 제주시에서 2014년도부터 추진해 온 ‘책 읽는 제주시’ 사업의 목적과 많이 닮아 있다. 우리 제주시도 ‘제주’라는 선박에 ‘책’이라는 밸라스트 워터를 채워 그 중심을 맞추게 된다면 우리 사회는 얼마나 큰 복원력과 추진력을 가지고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을까.

‘책 읽는 제주시’ 사업의 성공적인 정착의 결과를 지금 당장 가시적인 효과로 나타나길 바라는 것은 욕심일 것이다. 그것은 제주시의 노력만으로도, 공공도서관들의 노력만으로도 이뤄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제주 시민들이 책을 읽고 사랑하는 전통을 이어가며 독서를 통한 소통을 실천해 나가야만 이뤄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언젠간 제주 시민 모두가 책으로 깊이 공감하고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그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