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창준 객원논설위원

지난 20대 국회의원 선거 때 낙천, 낙선 등으로 국회 입성에 실패한 더불어민주당 소속 19대 전직 의원 40명 가운데 20명이 현 정부에서 임명직으로 재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공공기관장, 청와대 비서관, 대사 등 다양한 직군에 진출했다. 야당 시절 이명박·박근혜 전(前) 정부 청와대의 ‘낙하산 인사’를 실랄하게 비판했던 그 의원들이 정권이 바뀌자 앞다퉈 낙하산이 돼 자신들의 밥그릇을 챙기는 볼썽사나운 형국이다.

최근 임명돼 도덕성·위법성 논란을 키우고 있는 김기식 금융감독원장과 이목희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을 비롯해 이미경 한국국제협력단이사장, 최규성 한국농어촌공사사장, 오영식 한국철도공사(코레일)사장 등 상당수 굵직한 공공기관장 자리에 19대 총선 때 떨어진 민주당 출신 의원들이 낙하산을 타고 내리꽂혀졌다. 국민연금공단과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도 김성주·김용익 전 의원이 각각 맡고 있다. 한국도로공사 사장이 된 이강래 전 의원이나 경찰출신인 윤종기 도로교통공단이사장 등은 임명 당시부터 전문성이 결여된 대표적 사례로 논란이 컸다. 오영식 코레일 사장도 철도와는 아무 관련도 없는 경력으로 그저 정치적 논리로 선임됐다. 참여정부에서 일한 이백만 전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을 뜬금없이 주(駐) 바티칸 대사로 꽂혀놓은 것, 역시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고 한 중앙 언론은 전한다.

정부투자기관에도 낙하산은 훨훨 떨어지고 있다. 한 예로 인천항만공사 임원에 또다시 정치권 인사가 임명됐다. 경영본부장에 홍경선 전 국회의원 보좌관이 이달 중순 취임한 것이다. 그는 3명의 국회의원 보좌관을 지낸 친문(親文)인사다. 이번에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 인사가 3차례 연속으로 같은 자리에 내정되면서 ‘인천항만공사 요직은 여당 정치인의 몫’이라는 자조적인 얘기가 나온다.

문 대통령은 작년 5월 취임연설에서 “능력과 적재적소를 인사의 대원칙으로 삼겠다. 나를 지지해 준 여부와 상관없이 유능한 인재를 삼고초려 해 일을 맡기겠다”고 다짐했다. 여기에 더해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공언함으로써 많은 국민은 문재인 정부의 인사는 확실히 과거와 다를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취임 1년이 안돼서 곳곳에 너무 많은 ‘함량 미달’의 낙하산을 투하하는 바람에 이런 약속은 공염불이 되고 있다.

대통령 선거 당시 캠프에서 활약한 인사에게 논공행상을 해야 하는 현실을 굳이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임명권자가 선거 전리품으로 정부나 공공기관 간부 인사를 요직에 꽂아 내리는 ‘엽관(獵官)주의’(Spoil System) 인사를 부정하진 않는다는 얘기다. 낙하산인사는 해당 기관의 직무에 대한 능력이나 자질, 전문성과 관계없이 권력자가 입맛에 맞는 특정인을 중요 직책에 임명하는 것이다. 그래서 일명 ‘코드 인사’로도 불린다.

백번 양보해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각급 기관이나 공공단체장 및 간부직에 꼭 낙하산 인사를 해야한다면 기왕에 ‘똘똘한 낙하산’을 선별해서 내려보내는 것이 국민에 대한 예의다. 하지만 현 정권은 이런 낙하산 인사에서 최소 기준이라 할 수 있는 해당기관 업무의 기본 지식조차 없는 인물들을 내리꽂고 있다.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자리까지 보은(報恩)인사를 위해 이것저것 따지지 않는 막가파식 낙하산 투하는 고스란히 국민피해로 이어진다. 이들 낙하산 부대가 섣부르고 무식한 정책을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야말로 신(新) 적폐다.

낙하산 피해를 근절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대통령 선거 때 후보자를 도와준 선거 캠프나 측근인사들이 당선 후 한 자리나 차지해 보려고 대통령이나 청와대 주변에 기웃거리며 추파를 던지는 일이 없어야 한다. 선거공신들이 그저 별다른 반대급부를 바라지 말고 당선 그 자체를 즐기며 훌훌 털어버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