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 옛 탐라대학교 자리에 외국대학을 유치하겠다는 제주도의 계획은 비현실적이다. 굳이 기존 대학의 교육시설을 그대로 활용하겠다면 외국대학을 유치하는 것보다 예술대학을 설립하는 편이 훨씬 낫다.

현실적으로 세계 100위권 대학의 분교를 유치하는 일은 쉽지 않다. 설사 유치된다 해도 일정 부분 부담해야 할 교육시설 및 학교 운영비가 무거운 짐이 될 수 있다. 탐라대 부지를 혈세로 매입한 것까지는 어느 정도 이해가 가지만 여기에 더 이상의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제주도의 외국대학 유치사업 착수는 출산율 격감으로 인해 학생 자원 감소폭이 커지고 있는 현실과도 맞지 않다. 추세대로 가면 기존 대학들도 신입생 정원 확보에 난항을 겪게 된다. 심하면 학과를 통폐합하거나 아예 폐과하는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다. 외국대학이라고 신입생 확보에 어려움이 없을 것이란 보장이 없다.

세계자연유산인 제주의 자연환경과 예술은 아주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대부분 예술작품의 영감은 자연에서 얻는다. 오스트리아 빈이 세계적인 예술의 도시가 된 것도 훌륭한 음악가들이 아름다운 자연을 찾아 모여들었기 때문이다.

제주에 미술·음악·문학 및 연극·무용 등 모든 장르를 아우르는 예술대학을 설립한다면 전국을 넘어 세계적인 예술대학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더구나 옛 탐라대는 산과 바다를 동시에 체험할 수 있는 곳에 위치해 있어 학생과 교수들의 창작활동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제주도는 제주의 자연환경에 부합한 예술대학 설립으로의 전환을 모색해 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