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6기 원희룡 도정은 ‘자연·문화·사람의 가치를 키우는 제주’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제주가 지향할 바를 제대로 담아냈다는 평가와 함께 성과에 거는 도민들의 기대 또한 컸다. 문화와 사람의 가치가 얼마나 커졌는 지는 객관적인 평가가 어렵지만 자연의 가치는 오히려 많이 상실했다.

물론 원 도정 출범 초기에 중산간 지역의 대형개발을 억제하는 등 관광시설 목적의 난개발을 방지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 제주의 가치는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깨끗함이라며 이에 역행하는 난개발을 하지 않을 것임을 밝힌 원 지사의 환경보전 우선 정책은 돋보였다.

그러나 원 도정이 자연의 가치를 키우겠다는 다짐은 사실상 여기까지였다. 출범 초중반에 들어서면서 제2공항 후보지 선정, 제주신항 개발, 제주시민복지타운 내 행복주택 건설 등 대규모 환경훼손을 전제로 하는 대형사업 계획들을 발표했다.

제2공항은 국토교통부가 추진하는 국책사업이지만 제주도의 요청에 의한 사업이다. 당초 원 도정이 환경파괴 등의 문제 때문에 현 제주공항을 확장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어야 했다. 제주신항 역시 22만t급 크루즈선을 입항시키기 위해 건설하려는 사업이다. 도대체 대형 크루즈선 몇 척을 입항시킬 항만 건설을 위해 해안을 파괴하고 공사자재 확보를 위해 육상의 자연환경까지 훼손하겠다니 기가 막힐 따름이다. 시민복지타운 내 공동주택 건설 역시 소수 입주자를 위해 전체 제주시민의 환경권을 박탈하는 아주 잘못된 계획이다. 이미 이곳은 시민의 쉼터로 이용되고 있으므로 시민의 품에 돌려줘야 마땅하다.

원 지사는 어제 도지사 선거 예비후보로 등록하면서 지사직에서 물러났다. 따라서 그가 추진해온 이들 사업은 민선 7기 도정으로 넘어가게 됐다. 한 가지 바람직한 일은 이들 사업을 추진한 원 지사는 물론 모든 도지사 후보가 반(反)환경사업들을 중단하겠다고 공약하는 것이다. 누가 도지사가 되든 더는 자연환경 훼손과 파괴를 전제로 하는 사업을 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