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방경찰청 장기미제사건팀은 24일 오전 10시 30분 경찰청 2층 한라상방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중요장기미제 사건 ‘제주보육교사 살인사건’에 대한 재수사 시작을 발표했다.

 

2009년 2월 1일 새벽 3시쯤 전날 저녁 제주시청 부근에서 오후 7시에 만나 자정을 넘긴 시간까지 고교 동창 모임을 가진 피해자 이씨는 택시를 타고 제주시 용담동에 있는 남자친구 A씨 집으로 향했다. 평소 담배때문에 자주 싸웠던 이씨와 A씨는 그날도 담배문제로 싸웠고 이씨는 집을 뛰쳐나와 애월 관내 콜택시를 불렀다. 어쩐일인지 이씨는 콜택시를 취소했고 이후로 종적을 감췄다.

 

2009년 2월 2일 부모님은 이씨가 실종됐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휴대폰 추적 결과 이씨의 휴대폰은 이날 오전 4시 4분 애월읍 광령초등학교 부근에서 꺼졌다. 2009년 2월 6일 이씨 가방이 아라동에서 발견됐고 이어 주검은 8일 애월읍 고내봉 배수로에서 발견됐다. 주검 발견 당시 이씨는 실종 당일 입었던 밤색 무스탕 상의를 착용하고 있었다. 하의는 벗겨져있었고 시신은 배수로를 향해 누워있었다.

 

시신의 발견으로 실종사건이 살인사건으로 전환돼 곧바로 부검에 나섰지만 예기치 않은 곳에서 혼선이 빚어졌다. 당시 경찰은 위 속의 음식물이 그대로 있는 것과 2월 1일 새벽 4시 4분 이후로 휴대폰 사용 내용이 없는 점을 들어 실종 당시에 사망했을거라고 추정했다. 하지만 부검의는 사망시간을 시신발견일(2.8)로부터 최대 24시간(2.6~7)으로 추정했다. 시신의 부패가 진행되지 않은 점이 그 이유였다.

사망시간이 엇갈리면서 경찰은 난감해졌다. 범행 시점이 정확히 특정되지 않으면 수사 대상과 범위가 달라져 수사에 혼선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경찰은 살인사건 피해자의 사망시간 추정을 위해 실험을 시작했다. 시신이 발견된 배수로의 특성과 피해자의 착의 상태가 사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해 피해자 사망시간을 명확히 하기 위해 동물 사체 실험을 진행했다. 최대한 당시 상황과 유사한 기후조건에서 실험을 진행하고자 올해 1월 23일~3월 2일간 당시 시체가 발견된 현장에서 과학실험에 활용되는 개·돼지 이용해 7~10일씩 4회에 걸쳐 실시됐다.

 

사전에 실험현장을 당시 조건에 맞춰 복원했고 당시 기상청의 날씨와 현장 날씨의 편차를 분석해 사건 당시와 유사한 조건을 조성했다. 또한 실험동물에는 피해자가 착용하고있던 의류와 유사한 복장을 입혔다.

 

▲ 경찰이 실험돼지에 피해자가 입고있던 외투와 동일한 옷을 입혀 온도를 체크하고있다.

 

실험연구 결과 실험동물은 사후 7일이 지났음에도 부패되지 않았고 경찰이 판단한 사망시점에서 이씨와 동일한 체온과 직장 내 온도를 유지했다. 실종 당일 이씨가 피살 됐다는 경찰의 주장이 입증된 것이다. 또한 현장특성상 사망시간 추정을 위한 직장온도가 유동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점도 발견했다.

 

경찰은 국내 첫 법의학적 실험을 통해 피해자 이씨의 사망시간을 실종당시로 특정했고 이씨의 죽음에 대한 실마리가 풀릴 것으로 기대하고있다.

 

경찰 관계자는 “미제사건 팀이 실험결과를 통해 사망시간을 특정하게 되면서 어제부로 공식적으로 수사를 재개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면밀하게 밝혀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