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오는 6월 13일 우리는 제주지역을 이끌어 나갈 도지사를 비롯 교육계의 수장 교육감과 지방정치의 일꾼인 도의원, 교육의원을 뽑게 된다.

중요한 선택의 날이다. 이 선택으로 잘함과 못함이 결정된다. 만약 못함의 선택이라면 바로 돌릴 수도 없다. 4년을 보내야 잘못을 바로 잡을 수 있다. 이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장자(莊子)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목수(木手)로 이름 난 사람이 제자 한명을 데리고 재목(材木)을 찾아 시골길을 걷고 있었다.

그 길에서 거대한 아름드리 상수리나무 하나를 마주하게 된다. 가지도 잘 뻗고 잎도 울창해 그 아래에는 신당(神堂)도 차려져 있었다.

제자가 보기에는 훌륭한 재목감이었다. 그런데 스승은 힐끗 곁눈질만 하고 지나쳐버리는 것이었다.

제자는 “와아, 이렇게 좋은 나무는 본일이 없다”고 탄성을 질렀다.

스승은 짐짓 모른체하고 걷기만 했다. 제자는 혹 스승이 못봤을까 걱정되여 쫓아가 물었다.

“왜 저 좋은 재목을 두고 그냥 지나치십니까”

스승은 “바보 같으니라고, 저 나무는 쓸모없는 거목(巨木)일 뿐이야, 쓸모가 없으니까 사람들이 자르지 않고 놔두었기 때문에 저렇게 크게 자랄수 있었던 거야”라고 했다.

쓸모가 없어 아무도 탐내지 않고 버림받은 나무를 산목(散木)이라 했다. 재목이 아니라는 얘기다. 즉 재목(材木)의 반대말이 산목(散木)이다. 재목은 쓸모있는 나무를 뜻한다. 재목의 한자 材木은 재(才)가 있는 목(木), 다시 말하면 나무로서 재능이 있다는 것이다. 이 재목을 사람에게 빗대 쓸모있고 재능있는 사람을 재목 또는 재목감이라고 부른다. 산목은 그 반대말이니 쓸모없고 재능이 없는 사람을 뜻한다.

장자의 이 산목론은 인생의 심오한 진리를 암시하는 것으로 그 깊이의 오묘함을 새삼 깨닫게 해준다.

재목감은 미처 크게 자라기도 전에 잘려진다. 반면 산목은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은채 방임돼 자라고 싶은대로 자라게 된다. 또 재목은 잘려져 대들보나 기둥 등 제한된 쓰임새밖에 없다. 산목은 사람들에게 짙은 그늘을 만들어 주어 나그네를 쉬게 해주고 또 상수리 열매로 다람쥐며 새 뿐만 아니라 신령까지 불러들여 숱한 사람들의 절을 받기까지 한다.

당장에 쓸모가 드러나는 재목처럼 사느니보다 산목처럼 유유자적하고 다양한 쓸모가 필요한 요즘에 암시하는 바 크다.

지방선거철이다. 후보들마다 성명과 논평으로 상대를 짓누르고 자신은 잘 낫다고 해대는 요즘, 장자의 산목론이 던져주는 의미는 크다.

과연 지금 우리에게 보이는 후보들은 재목감인가 아니면 산목인가. 그것을 선택하는 일은 우리에게 있다.

만약 그 선택이 잘못되면 앞에서 얘기했듯이 돌이킬 수 없다. 앞일을 내다보는 안목이 필요한 때다.

지금 자신이 선호하는 후보의 당선을 위해 이리저리 모든 방법을 동원해 홍보하는 사람들의 눈은 어찌보면 오직 한 곳을 바라볼 뿐이다. 그 한 곳을 바라보는 시각이 오묘하고 앞일을 내다보길 기대한다.

과연 이 시대에 필요한 것은 재목일까, 산목일까, 선택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