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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비리와 공시족(公試族) 44만명 시대
임창준  |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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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5.15  10:5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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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창준 객원논설위원

봄을 알리는 봄꽃축제가 전국을 들썩일때도, 완연한 봄날이 미소 짖는 5월 들어서도 취업준비생들에게 이런 봄놀이와 화사한 봄기운은 한낱 사치에 불과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3월 실업률은 17년 이래 최악이다. 청년층 체감실업률은 24%로 절벽 앞에 놓였다. 정부가 올해에 쓸 일자리 예산은 전년보다 12.6% 늘어난 18조285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청년일자리 예산은 청년들의 취업을 북돋우기 위해 기업이 청년을 고용할 경우 정부가 기업에 일정금액을 국민이 낸 세금으로 보조해주는 것이 주요내용이다. 그러나 청년 실업률은 나아질 기미없이 여전히 한파다.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봄이 왔건만 실제로는 봄이 아니다’(春來不似春)가 딱 맞는 소리다.

이런 취업난 속에서도 성실하고 묵묵히 취업준비를 하는 청년들에게 소소한 희망을 빼앗는 사건들이 금융기관들에서 공공연히 잇따라 일어나고 있다.

한 예로 신한금융그룹의 전·현직 고위 임원 자녀에 대한 특혜 채용 의혹이 불거졌다. 신한그룹이 그동안 4대 금융지주 가운데 유일하게 채용비리에서 비켜나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신한금융의 전·현직 회장 사장. 행장 및 이사 등 임원 23명의 자녀 24명이 신한 계열사들에 각각 입사했다. 통상적으로 신한의 입사(채용)서류전형 경쟁률이 해마다 100 대 1 가량인 점을 감안하면 특혜를 받은 셈이다. 금융권에서 채용을 위한 특별관리 리스트가 존재한다는 것은 더이상 비밀도 아니란다.

사실상 고용세습이나 다름없다. 성실하게 취업시험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는 희망의 꽃봉오리를 싹둑 잘라냄직한 배신행위다. ‘금수저’로 태어나지 못한 ‘흙수저’ 자신의 존재가 원망스러워진다. 금융기관과 정부 투자기관에 만연한 채용비리가 알려지면서 원칙과 청렴이라는 공공부문의 기본덕목을 훼손하는 바람에 국민들은 실망감과 허탈감에 빠지고 있다.

청년들은 이런 민간분야의 직종에 불신감·불평등을 느껴 비교적 채용비리가 덜한 공직사회에 취업의 문을 열려 하고 있다. 아직까진 실력으로 당당히 겨누어 들어갈 수 있는 곳이 공무원, 공공기관 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너무 많은 청년들이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고 있어 나라의 앞날까지 걱정스럽다. 이들 청년을 일컬어 ‘공시족’(公試族)이란 쌩뚱맞는 단어까지 생겨났다. 공시족 나라는 세계에서 유독 우리 뿐이다.

지난 4월 4953명을 뽑는 국가직 공무원 9급 공채 필기시험엔 15만5388명이 응시해 40.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건국대 박사과정 김향덕 씨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 박사과정 이대중 씨가 밝힌 ‘공무원시험준비생 규모 추정 및 실태에 관한 연구’ 논문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공시족 규모는 44만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우리나라 청년 인구(만 20∼29세·644만5000명)의 6.8%, 지난해 대학 수능 응시자(59만3000여 명)의 75%에 해당한다. 이와 함께 공시생 413명에게 시험 준비 동기 등을 설문조사 했더니 직업 안정성(54.5%)을 꼽는 대답이 가장 많았고, 안정된 보수(21.3%), 청년실업 심각(14.3%) 등의 순이었다. ‘국가 봉사를 위해서’라는 응답은 2.9%에 그쳤다. 공시생 10명 중 6명꼴로 하루 12시간 이상 공부한다고 응답했다. 이 청년들이 공시에 매달리지 않고 다른 민간 직장에 취업하거나 창업했을 경우 이에 따른 생산 유발효과는 매우 클 것이다.

실제로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공시생 양산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연간 17조원을 넘는다고 밝혀 이런 사실을 불행하게도 입증하고 있다.

직업 선택의 자유가 보장돼야 하겠지만, 과도하게 공무원시험에 쏠리는 현상은 개인적, 사회적, 국가적 비효율을 낳음으로서 삶의 질마저 떨어트리는 사라져야 할 적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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