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덕 편집국장

콤플렉스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의 마음속에 서로 다른 구조를 가진 힘의 존재를 뜻하는 정신분석학적 개념을 말한다.

이 콤플렉스를 승화시켜 인간적 발전을 이룩한 사람들을 보면 이 콤플렉스가 양질의 자원임을 알 수 있다.

우선 중국의 사마천(司馬遷)은 사기(史記)의 저자다. 사마천은 흉노에게 포로가 된 패장(敗將)을 찬양했다가 황제의 노여움을 사 중형을 언도받는다. 사마천은 이 형을 면하기 위해 50만전의 속전을 마련해야 했지만 돈이 없어 거세를 당하는 중형을 자원했다. 즉 남자의 성을 거세당해 성을 상실하고 만다.

그래서 사마천은 세상에 얼굴을 떳떳이 들고 다닐수 없는 거세 콤플렉스에서 헤어날 수가 없었다. 이 콤플렉스 원동력이 ‘사기’라는 대작을 만든 힘이었다.
 

손자(孫子)는 단근형(斷筋刑)을 받고 절름발이가 된 콤플렉스를 승화시켜 ‘병법’을 지었다. 좌구명(左丘明)은 실명(失明)을 하고 나서 ‘좌전(左傳)을 지을 수 있었던 것이다. 말더듬이었던 한비자(韓非子)도 그토록 냉철한 인간관찰을 할 수 있었던 것도 혀가 매끄럽지 못해 말을 제대로 할 수 없었던 것에 대한 열등보상이었던 것이다.

희랍의 대웅변가 데모스테네스도 반벙어리였다. 그 열등감을 보상받기 위해 자갈을 물고 해변에 서서 파도소리를 이기는 발성수련으로 목을 트게 만들었다.

또 작가 서머세트 모옴이 그토록 아름다운 문장을 구사할 수 있었던 것도 그가 말더듬이라는 콤플렉스 때문이었다.

역대 서양의 천재에 대해 정신분석을 한 80년대 중반 독일학자 랑게아이히바움은 천재 가운데 83%가 육체의 결함이나 가족관계, 성에 대한 소유자로 그게 심하거 덜 심하건 정신병 증세를 나타냈었다고 보고한 바 있다.

이 콤플렉스를 인간 발전으로 승화시킨 알만한 천재를 보염 소크라테스, 시저, 잔다르크, 미켈란젤로, 루터, 파스칼, 볼테르, 모차르트, 베토벤, 괴테, 칸트, 나폴레옹, 하이네, 쇼펜하워, 바그너, 비스마르크, 뉴턴, 도스코예프스키, 니체, 릴케 등등 많다.

우리나라도 별반 다르지 않다. 80년대 중반  이규동(李揆東) 박사는 그의 저서 ‘위대한 콤플렉스’를 통해 한국 역대인물 33명에 대한 콤플렉스를 분석한 바 있다.

분석에 따르면 세조는 혹심한 차남 콤플렉스, 민비는 부모를 일찍 여읜무남독녀로서 남성 콤플렉스가 그녀의 생애를 크게 지배하고 있다.

열 살에 고아가 돼 동네사람이 꿔준 3원으로 담배장사를 시작했던 이광수(李光秀)는 고아 콤플렉스, 아버지를 무척 싫어하고 어머지를 독점하려 했던 김소월(金素月)은 에디푸스 콤플렉스, 이중섭(李重燮은 유복자 콤플렉스의 소유자로 분석되고 있다.

역사적 인물로는 최영장군, 허균, 김정희, 박지원, 정조, 대원군 등 많다. 근대인물로는 한용운, 윤동주,김동인, 김영랑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콤플렉스를  아름답게 승화시키고 있다.

이렇게 보면 콤플렉스가 인간적발전을 이룩해낸 양질의 자원임에 틀림없다.

이 콤플렉스는 경중(輕重)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누구나 지니고 있다. 문제는 이를 승화시키느냐 패배당하는냐에 따라 훌륭히 되고 못되는 관건이라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