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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매스컴에서는 경인년(庚寅年)이 시작되었다고 새해맞이 인사를 전달하기에 바빴다. 2010년 새해가 시작된 것은 맞지만, 경인년(호랑이 해) 새해가 시작되었다는 것은 뭘 몰라도 한참 모르는 소리이다.
2010년 새해는 양력(그레고리력)을 기준으로 했을 때 해당되는 말이고, 12간지(干支)와 배합되는 음력은? 아직 새해가 오려면 멀었다. 즉 아직은 기축년 소띠해이다. 호랑이띠에 해당되는 경인년은 양력으로는 정확히 2월14일이다. 양력은 B.C 46년에 만들어진 율리우스력에 기원하며, 조그만 시간상의 오차가 있었고, 그 오차를 해결하기 위해 1582년 로마교황 그레고리우스 13세가 현재의 그레고리력(양력)을 만들었다. 로마의 막강한 실력자이던 줄리어스 시저가 자신의 생일달(July)을 축하하기위해 7월에 하루를 더 얹어 31로 하자, 아우구스투스도 8월(August)을 31일로 했다. 그러자 2월이 난데없이 파편을 맞아 28일 혹은 29일이 되고 말았다.
양력에는 쥐띠니 소띠니 호랑이띠니… 하는 게 없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 수 있는 문제가 아닌가 싶다. 24절기(節氣)도 마찬가지이지만, 12간지(干支)를 논하려면 당연히 음력(陰歷)으로 논해야한다. 12간지는 중국적 내용에 불교적 표현을 빌어서 유래한 것이다. 로마 교황이 만든 달력에 부처님의 이야기가 등장할리가 있겠는가? 우리가 원하건 원하지 않건 음력은 중국에서 온 것을 인정해야하며, 고구려 벽화에 이런 것이 있느니 저런 것이 있느니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해서는 안 된다. 인정할 것을 인정하는 것은 용기이다.
강릉 단오제의 유네스코 등재로 얻은 것이 많은지 잃은 것이 많은지 한번 계산해보라! 그 후 한국인은 광개토왕 비석 근처에도 못 가게 한다. 사실 중국인은 음력(陰歷)으로 부르기 보다는 농력(農歷)으로 부른다. 즉 달력은 농사(農事)를 근간으로 만들어 졌다는 것이 증명되며 우리는 그것은 빌려 썼다. 소한(小寒) 대한(大寒)이 다 지났다. 실제 지구는 봄이 오기 전이 가장 추운데도 불구하고, 소한과 대한이 지나고 나면 겨울이 다 간 것 같다. 어휘가 가지는 의미가 심리적 안정감을 주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문화는 한자문화(漢字文化) 즉 중국문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한동안 맹추위가 지구촌을 강타했다. 일부에서는 소빙하기가 시작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했다. 극지방의 얼음이 녹고 있다는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있어 왔던 터에 때 아닌 맹추위가 지구촌을 덮치자, 학자들도 의견이 분분한 모양이다. 우리나라만 해도 아열대 기후로 바뀌고 있다고 한 게 엊그제인데, 뜬금없는 소빙하기론(小氷河期論)에 당혹해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온난화로 위기에 처한 지구가 스스로 자정(自淨)의 일환으로 빙하기를 만들고 있다는 가장 근사한 이론을 내놓기도 했다.
한방(漢房)에서는 인체(人體)를 소우주(小宇宙)라고도 하는데, 인체도 병이 들면 스스로 병을 고치려는 자정 능력을 가지고 회복하고자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단 이때 그 몸 주인이 조금만이라도 사실을 직시하고 근신하면 어지간한 병은 회복 되도록 되어있다. 몸 주인이 오만하거나 지나치게 무지하면 인체는 스스로 자정능력을 버리고 만다.
무릇 시작이 있는 것치고 끝이 없는 것은 없다. 그래서 제행무상(諸行無常)이라 하는 것이다. 지구도 생명체이니 언젠가는 그 끝이 있을 것이다. 영원한 것을 바란다는 자체가 모순이다. 마음도 영원하지 않은데 물질이 영원하기를 바라는 것은 아집이고 무지일 뿐이다. 그래도 원시인이 봄을 기다리던 심정으로 봄을 기다린다. 차디찬 동굴 속에서 흩날리는 동굴 밖의 눈보라를 바라보며 의혹과 간절한 바람의 눈으로 봄을 기다리던 그 심정으로 봄을 기다린다. 봄이 오면 추위에 떨지 않아도 되고, 무엇보다 굶주림에서 벗어 날 수가 있었으리라. 메마른 가지에 새싹이 돋아나고 꽁꽁 얼었던 개울가에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렸을 때 작년에 보아둔 그 골짝에 산딸기며 머루며 갖가지 열매가 잊지 않고 다시 열렸을 때 그 열매를 바라보던 원시인의 심정을 기억한다. 우리는 먼 과거에서 온 현재의 나그네 아닌가?
이제 입춘(立春)이 오고, 우수(雨水)가 나리고, 개구리가 놀라 깨어나면(驚蟄), 봄(春分)은 필경 올 것이다. 시인 셸리는 이렇게 봄을 노래했다. “꺼지지 않는 화로의 불꽃처럼 인류에게 내말을 퍼뜨려라. 아직 잠깨지 않는 대지에 내 입술을 통해 예언의 나팔을 불어라. 오오, 바람이여, 겨울이 오면 봄도 멀지 않으리!”<신진우/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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