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지사 선거가 폭로·고발·비방전으로 전개되면서 정책선거가 설자리를 잃고 있다. 양강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문대림 예비후보와 무소속 원희룡 예비후보 간 진흙탕 싸움은 과거 선거에서 볼 수 없었던 가히 메가톤급이다. 물론 거짓이 아닌 사실을 폭로하는 것은 선거전략에 속한다. 없는 일을 사실인 것처럼 말하면 흑색선전이 되지만 사실에 근거해 상대 후보를 공격하는 것은 네거티브 성격으로 후보의 자질과 도덕성을 측정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후보 간 제기된 문 후보의 부동산 투기 의혹과 골프장 명예회원권 특혜, 원 후보의 측근 비리 의혹 등은 당연히 사실이 규명돼야 한다. 하지만 진실 공방은 합동토론회 등을 통해 대응하면 된다. 무턱대고 서로 수사기관에 고발부터 하는 것은 선거를 이전투구(泥田鬪狗) 장으로 끌고가는 것밖에 안 된다.

오늘(24)부터 후보자 등록이 시작된다. 내일까지 등록이 끝나면 본격적인 선거에 돌입한다. 지금까지 폭로·고발전으로 선거를 주도한 문 후보와 원 후보는 말 그대로 정책선거에 매진해야 한다. 후보 등록 이후에도 계속 비방전과 네거티브 선거에 급급하면 실망한 유권자들이 선거 참여를 포기할 수도 있다.

이번 선거에서 선택될 도지사는 2020년대 제주가 나갈 방향을 설계하고 집행할 막중한 책임이 있다. 특히 제주의 자연환경은 임계점에 와 있다. 제2공항, 중문관광단지 내 주상절리대 인근 부영호텔, 시민복지타운 내 행복주택 건설 등은 환경이 훼손되고 파괴되기 때문에 하면 안 되는 사업들이다. 이들 사업보다 쓰레기 처리난과 하수종말 처리난 등으로 악화된 생활환경 개선사업을 대대적으로 추진하는 일이 더 시급하다.

결국 환경 최우선의 도정을 펴겠다는 의지만 있으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다. 도지사 후보들은 이러한 현안을 실현하기 위한 환경총량제와 관광객 이용시설 총량제, 관광객 수용인원 총량제 등에 대한 정책을 소신껏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지금처럼 ‘문제가 없으면’, ‘주민이 동의하면’ 등의 조건을 전제로 하는 애매모호한 정책과 공약은 임기응변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