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인중 제주대 교수

사회의 발전 속도는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더 빠르다. 초등학교 시절 거의 보지 못하던 자동차가 1가구당 1대를 넘어 1인당 1대를 향해 변하고 있다. 내가 제주대학교에 처음 임용돼 본 제주의 모습은 밤에 가로등도 어둡고, 다니는 사람을 보지 못할 정도로 정적인 곳이었다면, 지금은 역동적인 모습으로 변화하는 속도가 다른 시도보다 매우 빠르게 변하는 곳이 됐다.

전에는 절대 가치였던 것들이 이제는 상대 가치로 그 의미가 변화된 것이 많다. 그 중에서 ‘스승’이라는 가치이지 않을까 싶다. ‘선생님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라는 옛말이 지금은 통용되지 않는다. 군사부일체라는 말도 이제는 비상식에 가깝게 됐다. SNS상에서 선생님들을 향한 학생들의 상스러운 욕이나 굴욕사진들이 공유되고, 선생님께 신체적 위해를 가한 경우도 뉴스 상에서 때로 듣게 된다. ‘스승’이라는 존재가 ‘제자’들에게 절대적 가치였다면, 이제는 ‘스승’은 상대적 가치가 됐다. 교육에서 수요자 맞춤 교육이 보편화되면서 이러한 교육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면 실력없는 선생님, 학생들의 형편을 헤아리지 못하는 선생님이 되기 십상이다. 5월 15일 스승의 날을 보내면서 선생님과 학생 간의 관계가 많이 변했음을 새삼 느끼게 된다. 김영란법이 시행되고 스승의 날이 오히려 불편해졌다고 하는 선생님들이 많아졌다. 학생들에 대한 차별을 주지 않고도 충분히 스승의 날을 기념할 수도 있을텐데, 잠재적인 범법자로 선생님들을 취급하는 세태가 아프다. 예전 교육체계에서는 선생님이 갑이고, 학생들이 을이었다면, 요즘에는 때로 학생들이 갑의 위치에 있고, 선생님들은 을의 위치에서 학생들의 눈치를 보는 세상이 됐다. 물론 아직도 일부 갑질하는 교수들이 있지만….

동성애 관련 법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예전 같으면 이성끼리의 사랑이나 결혼이 절대적 가치였다면, 이제는 또 다른 절대가치인 인권이 중요하게 되면서 상대적 가치가 됐다.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것과 자식이 부모님께 순종하는 것도 절대적 가치였다면, 현대 사회에서는 그 절대적 가치가 폭력 등으로 무너지는 모습을 자주 접하게 된다.

학교 폭력에서도 피해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절대 가치가, 가해자를 더 보호하는 상대 가치로 전락하는 경우도 많이 본다. 법을 지켜야할 전문가나 사회지도층이 더 많이 법을 어기고, 법을 교묘히 이용해 자신의 잇속을 챙기는 모습을 본다. 적어도 도둑이 아닌 사람이 도둑을 심판할 수 있다는 절대 가치는 도둑이 다른 도둑을 손가락질하고, 정죄하는 상대 가치가 돼가고 있다.

사람은 잘못을 할 수 있고, 생각하는 것이 다를 수 있다. 제주도를 바라보면서 제주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생각하는 것도 다를 수 있다. 지방선거 준비로 제주도 사회가 시끄럽다. 다양한 측면에서 이뤄지는 검증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능력의 우위를 주장하며 상대방의 도덕성을 가지고 공격하는 측이 있고, 이를 네거티브 공세라고 맞받아치면서 정책을 가지고 선거하자고 하는 측도 있다. 편가르기를 하지 말자고 하는 측도 있고, 제주의 미래를 고민하자는 측도 있다. 도덕적인 면이나 능력, 정책, 비전, 화합이라는 측면에서 어느 누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닌 모든 가치를 상대적으로 평가하다보니 가치에 옳고 그름이 사라졌다. 절대 가치에 기준을 두고 도덕성과 능력을 갖추고, 정책을 제시해 제주도의 비전을 화합적 측면에서 이뤄낼 수 있는 후보를 선출하는 선거운동이 될 수는 없는 것인가? 상대적으로 절대 가치에 가까운 사람이 다음 도정이나 교육을 이끌어갔으면 좋겠다. 나는 아직도 모든 면에서 절대 가치에 기준을 두고 살아가고 싶다. 나의 삶이 그러지 못할 지라도, 부족할 지라도….